“신사 숙녀 여러분, 미국의 차기 영부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18일(현지시간) 남편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유세를 포함한 대부분의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약 20개월 만에 대중 앞에 섰다.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해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전당대회장에 빨간색 재킷과 빨간색 치마를 입고 등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가 아버지에 대한 지지 연설을 마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음으로 수락 연설을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행사장에 들어선 멜라니아 여사는 VIP 좌석으로 올라가 부통령 후보 J D 밴스와 인사하고, 청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청중들은 멜라니아 여사 등장에 열광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 연설 후에는 무대에 올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포옹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포옹 뒤에는 손을 잡고 무대 위를 걸어 다니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멜라니아 여사는 2022년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도전을 선언할 때 함께 대중에 모습을 나타낸 이후 선거 유세 등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선거 유세는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판 일정이나 TV토론 등 주요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두 사람이 불화를 겪고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성인 배우와의 성추문 입막음을 위한 돈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했다는 관측도 이어졌다.
멜라니아 여사는 다만 지난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 이후 성명을 통해 “총알이 내 남편을 지나는 것을 보았을 때 내 삶과 아들 배런의 삶이 치명적 파손의 경계에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경호 당국에 감사를 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수락 연설 중 해당 성명을 언급하며 “당신은 미국에 국가 통합을 촉구하는 정말 아름다운 편지를 썼고 공화당을 놀라게 했다”며 “정말 고맙다”고 인사하기도 했다.
외신들도 멜라니아 여사의 등장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멜라니아 여사의 등장에 대해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시간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면서 “많은 참석자에게 그것은 또 하나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녀의 공식 모습을 보지 못한 공화당 대의원들은 멜라니아를 보기를 간절히 바랐다”고 평가했다.
CNN은 공화당의 몇몇 인사들이 최근 여러 차례 멜라니아에게 연설해달라고 호소했지만, 멜라니아가 이를 거부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 수락 연설에는 장남 도널드 주니어 트럼프 가족과 에릭 트럼프 가족을 포함해 온 가족이 총출동했다. 에릭 트럼프는 이날 지지 연설자로 나서 아버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내 인생에서 이보다 더 자랑스러운 사람은 없었다”며 “모든 역경을 이겨낸 사람, 챔피언이 필요한 나라를 남들이 외면할 때 흔들리지 않는 결단력과 용기로 그 부름에 응답한 사람, 우리의 미래와 가족으로부터 그를 영구히 제거하려는 총알에서 살아남은 사람, 가장 위대한 투사”라고 치켜세웠다.
장녀 이방카는 남편 재러드 쿠슈너와 함께 이날 행사에 참석했고, 연설자로 나서지는 않았다. 이방카는 2016년과 2020년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보직 수락 연설 직전에 발언자로 나서 부친을 소개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때는 남편과 함께 백악관 선임보좌관으로 일하며 실세 역할을 한 바 있다. 하지만 2020년 대선 패배 이후에는 공식 석상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멜라니아와의 슬하에 둔 막내아들 배런(18)도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