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마이코플라스마·백일해 유행… 콜록콜록 아이들 ‘코로나 악몽’ [부모 백과사전]

초기 감기 증상과 유사… 열·기침 지속
두 감염병 같은 항생제로 치료 가능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A씨는 며칠 전 학교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교내에 백일해 환자가 발생했으니 예방과 전파 차단에 협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3∼4일 만에 아이가 기침과 함께 고열이 나기 시작했다. 병원을 방문해서 받은 검사에서 마이코플라스마 진단과 항생제 처방을 받았다. A씨는 “교내에 백일해 환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다 보니 백일해·마이코플라스마 중복 감염이 아닐까도 걱정됐다”고 말했다.

뉴시스

최근 질병관리청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유행주의보를 발령하는 한편 백일해 유행 확산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두 개의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지난해 4∼5월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불어닥쳤던 감기·독감 유행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마이코플라스마’라는 세균에 의해 감염되는 질환이다. 마이코플라스마 세균은 세포벽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원래 항생제로 세균 치료 시 세포벽을 허물어서 사멸시키는데, 마이코플라스마는 이미 세포벽이 없는 만큼 일반적인 항생제가 듣지 않는다.

심정연 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의 1차 항생제인 마크로라이드를 투여하고 48∼72시간이 돼도 발열, 기침 등 증상 호전이 없고, 점점 심해지면, 마크로라이드 항생제 내성으로 생각하고 2차 항생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 국내 조사에서 마이코플라스마는 80% 항생제 내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심 교수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초기에는 인후통, 발열 등 감기 증상과 유사하고, 하루나 이틀 후 기침이 시작된다”며 “단순 감기와 감별하는 방법으로는 시간이 지나도 열과 기침이 지속되고, 식이량도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함께 유행 중인 백일해 역시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발열, 인후통, 기침 등이 유사하게 나타난다. 일반인이 증상만으로 두 질병을 구별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백일해와 마이코플라스마에 대해 꼭 PCR 검사를 진행해서 각각의 치료를 해야 할까?

답은 ‘아니다’이다. 두 질병에 같은 항생제 처방으로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PCR 검사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닌 셈이다.

심 교수는 “백일해도 마크로라이드 항생제를 쓰기 때문에 두 질환 모두 같은 항생제 치료를 한다”며 “일반 감기에 비해 두 질환 모두 열과 기침이 오래가고 폐렴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남을 수 있는 만큼 흉부 방사선 추적 검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