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2당(더불어민주·조국혁신)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후보들의 ‘독무대’로 흘러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7개 사건으로 4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후보가 90% 이상 득표율로 고공행진 중이고, 혁신당에선 2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은 조국 후보가 단독 입후보해 찬반 투표로 당선을 확정 지었다.
이 후보는 21일 강원과 대구·경북지역 민주당 권리당원 선거인단 온라인 투표에서 90%를 웃도는 압도적 득표율을 보였다. 전날 제주와 인천지역 투표까지 포함한 후보별 누적 득표율은 이 후보가 91.7%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경쟁자인 김두관 후보는 7.19%, 김지수 후보는 1.11%였다. 초반부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을 넘어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 기류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이 후보는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당원들을 향해 “감사드림과 동시에 기쁨,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90%를 웃도는 득표율을 두고 여권 일각에서 ‘북한 김정은 득표율’이라는 뒷말이 나온 것을 두고는 “부러워서 하는 말 아닌가. 고맙다”고 받아쳤다.
이 후보는 합동 연설에서 자신의 대표 브랜드 정책인 기본소득 도입부터 누구나 재생 에너지를 생산·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 필요성 등을 강조하며 “국민들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할 역량이 되는 세상이 열리고 있다. 바로 그 세상을 민주당이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가 정권 차원의 정치 보복이란 취지로 해석될 발언도 했다. 이 후보는 “‘나만 잘 먹고 잘살아야지’, ‘내 정적 어떻게 제거해서 계속 집권하지’ 이런 네거티브한 생각으로 세상을 이끌어갈 수 없다”고 했다.
이 후보는 현재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사건, 위증교사,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대북 송금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위증교사와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사건 1심 판결이 이르면 10월 나온다.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친명(친이재명)계는 ‘이재명 수호’, ‘윤석열 탄핵’을 핵심 구호로 내걸고 당심을 자극했다. 후보들은 “윤석열 정권을 당장 내일이라도 끌어내려야”(정봉주 후보), “이재명 2기 지도부를 김건희 정권 사냥팀으로 꾸려달라”(강선우 후보), “무도한 정권 끝장낼 것”(전현희 후보) 등 날 선 발언을 앞다퉈 쏟아냈다.
최고위원 경선에선 강성파인 정 후보가 누적 득표율 21.67%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과 관련 ‘목발 경품’ 망언을 한 일이 불거져 22대 총선 때 공천 취소됐던 인물이다. 김병주·전현희·김민석·이언주 후보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혁신당은 전날 열린 전당대회에서 찬반 투표로 단독 입후보한 조 후보의 연임을 결정했다. 조 대표 연임 찬성률은 99.9%였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비리 및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감찰 무마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판결만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