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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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 주가조작 동원’ 몰랐나 방조했나… 연결고리 규명 관건 [김건희 여사 첫 검찰조사]

檢, 金여사 조사 쟁점·향후 전망

‘錢主 의혹’ 사전 인지 여부 캐물어
‘명품가방 수수’ 대가성 입증 주목

김여사측 오락가락 해명과정 논란
윤리적 비난 떠나 불기소 전망 유력
‘봐주기’ 논란 속 檢 추가조사 없을듯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명품 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대면 조사를 마치면서, 조만간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결정할 방침이다. 법조계에선 불기소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과 함께,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조사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김 여사를 상대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관여 여부, 재미 교포 최재영 목사에게 명품 가방을 수수한 경위, 최 목사가 주장하는 각종 청탁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 등 전반을 조사했다.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20일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서 비공개 조사한 사실이 알려진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전 회장 등 일당의 주가 조작 사건에 돈을 댄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열린민주당이 2020년 4월 “주가 조작에 가담했다”며 김 여사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며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지난해 2월 권 전 회장 등 1심 재판부가 2010∼2011년 도이치모터스 2단계 시세 조종에 김 여사 명의의 증권 계좌 3개가 동원된 사실을 인정하며 의혹이 증폭됐다.

 

검찰은 김 여사를 상대로 자신의 계좌가 시세 조종에 동원되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는지, 범행을 공모했거나 관여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조사에 앞서 검찰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사건 관련자들과 공모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가 조작 전주의 경우, 계좌가 주가 조작에 쓰였다는 사실만으로 공범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주범 등과의 공모 관계를 입증하려면 주가 조작에 쓰일 줄 알고도 계좌를 빌려줬거나, 적어도 이를 방조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이 연결 고리를 확인하기 쉽지 않아 전주가 무죄를 선고받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은 지난해 11월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가 제기했다. 당시 서울의소리는 김 여사가 2022년 9월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최 목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받는 장면을 몰래 촬영해 공개했다.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가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뇌물 수수 혐의로 고발해 ‘함정 취재’ 논란이 일었다.

 

명품 가방과 관련해선 윤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 뇌물 대가성이 수사 쟁점으로 꼽힌다.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자신이 부사장이던 통일TV 송출 재개,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의 국립묘지 안장 등을 청탁했고 “청탁도 절반은 반응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김 여사 측은 윤 대통령 직무 관련성은 물론, 청탁금지법에 공직자 배우자 처벌 규정도 없어 대통령 부인이 아닌 일반 사건이라면 검찰이 각하 처분할 사건이라는 입장이다. 김 여사는 최 목사가 주장한 청탁과 관련해서도 보고받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여사 측은 명품 가방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지난 3일 김 여사 측근인 유모 대통령실 행정관은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으며 김 여사가 최 목사에게 명품 가방을 받은 당일 “돌려주라”고 지시했으나, 자신이 “깜빡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김 여사 변호인 최지우 변호사는 “김 여사가 유 행정관에게 ‘바로 돌려주면 기분이 상할 수도 있으니 추후 돌려주라’고 지시했다. 이에 포장 그대로 보관하게 된 것”, “이는 (가방을) 사용할 의사가 없었고, 반환 의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고 밝혔다가, “포장을 풀어 보긴 했으나 반환하기 위해 그대로 다시 포장해 갖고 있다”고 해명했다.

21 중앙지검에 검사 선서와 층별 안내도가 걸려 있는 모습. 연합뉴스

검찰이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를 조사하며 두 사건 수사를 사실상 끝낸 만큼 김 여사에 대해 어떤 처분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현직 대통령 부인이라는 점 때문에 추가 조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김 여사를 비공개 조사해 왜 불신을 조장하는지 모르겠다”며 “(김 여사를) 불기소할 가능성이 높은데 결국 제3 장소에서 조사해 봐줬다는 논란이 생기지 않겠느냐”면서 불기소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도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뒤늦게 부르다 보니 봐주기 수사를 한다는 의혹을 키웠다”면서도 “명품 가방과 관련해선 윤리적 비난을 할 수는 있지만 법적 책임을 지우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불기소할 거라면 굳이 불러 조사하는 모양새를 갖추려 했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고 했다.


박진영·이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