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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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급발진’ ‘급발진’…“사고기록장치로 분석 가능” vs “페달 블랙박스가 대안” [일상톡톡 플러스]

정부, 차량 내 블랙박스 유용성 인정…설치 의무화 ‘난색’

제조사 “페달 블랙박스, 자동차 가격 인상 요인 될 수도”

최근 서울시청 앞에서 일어난 대형사고 이후 ‘급발진’을 주장하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급발진·오조작 논란에 ‘페달 블랙박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고기록장치(EDR)를 믿지 못하겠다는 주장이 나오자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운전자도 증가하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16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시청 앞 차량 역주행 사고 운전자는 여전히 급발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을지로에서 택시가 병원 응급실로 돌진했고, 광주 도심 한복판 카페로 차량이 돌진했던 사고 운전자 역시 급발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급발진으로 결론이 난 사고는 단 1건도 없는 실정이다.

 

EDR 분석을 토대로 급발진 여부를 따지는데, 운전자들은 “기록을 믿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페달 블랙박스가 급발진 여부를 가린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택시가 담벼락을 들이받았는데,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진술했지만 실제로는 가속 페달만 수 차례 밟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차량 내 블랙박스 유용성은 인정했으나, 설치 의무화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사들은 “이미 사고기록장치로 사고 원인을 분석할 수 있다”며 “페달 블랙박스는 자동차 가격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4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 현장에서 한 추모객이 술을 따르고 있다. 해당 교차로에서는 이달 1일 운전자 차모(68)씨가 몰던 승용차가 역주행하며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사망했다. 연합뉴스

 

앞서 경찰은 지난 19일 오후 3시께 시청역 사고 피의자 차모(68)씨에 대한 3차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차씨가 입원해있는 수도권의 한 병원에서 3시간가량 진행됐다.

 

이날 차씨는 운전자 과실로 인한 사고로 보인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에도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고”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는 지난 경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 주장이다.

 

국과수는 지난 2일 사고가 발생한 직후 경찰로부터 가해 차량, 블랙박스 영상, 호텔 및 사고현장 주변의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자료 6점을 받아 정밀감식에 들어갔다. 3D 스캐너 등을 이용해 현장 채증도 진행했다.

 

이후 국과수는 차씨가 가속페달을 90% 이상 밟았다는 취지 등의 감정 결과를 경찰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브레이크등이 켜져 있는 것처럼 보인 것은, 가로등이나 건물의 빛이 반사돼 보이는 난반사나 ‘플리커’ 현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