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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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우석 방위산업학회장 “HD현대·한화 수주 갈등, 방사청이 교통 정리 나서야”

채우석 방위산업학회장 인터뷰
방사청 역할 커진 지금, 무사안일 버리고 적극적 태도 중요
“사업의 목적성 중심에 둔 적시 의사결정 절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을 기업 선정을 두고 국내 특수선 시장을 양분하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간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6일 방위사업청(방사청)의 모태가 된 국방부 조달본부 외자 과장을 역임한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을 만나 방위사업 관리 체계에 대한 제언과 방위산업의 미래를 들었다. 채 회장은 KDDX 사업을 두고 방사청의 적극적 개입 부재를 아쉬움으로 짚었다.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한국방위산업학회 사무실에서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이 국방부 재직 당시 일화를 설명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해군의 차세대 주력 함정인 미니 이지스함(6000t급) 6척을 발주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선체부터 각종 무기체계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총 사업비만 7조8000억원에 달한다.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갈등은 기밀 유출 문제에서 비롯했다. HD현대중공업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특수전 지원함과 특수침투정 등의 기밀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HD현중은 직원 9명이 한화오션이 제작한 KDDX 개념설계도를 불법 취득한 혐의(군사기밀보호법 위반)로 유죄를 받아 2022년 11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방산사업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감점 1.8점을 받기도 했다.

 

관행에 따르면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까지 수의로 계약한다. 그러나 한화오션은 HD현중의 군사기밀 불법 유출에 대해 유죄가 확정됐고 계약의 기본은 경쟁이 원칙인 점을 내세워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등 최첨단 수상함 함정모형들. 한화오션 제공

채 회장은 방사청의 사업관리 미흡을 지적했다. 그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합목적성’에 의거한 적시에 이뤄지는 의사결정을 강조했다. 이번 사태와 같이 두 기업이 갈등을 빚는 상황이 초래되는 경우 방사청이 적극적으로 ‘교통정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채 회장은 “국방부 연구개발국장에 있을 당시 두 기업이 박치기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이를 그냥 두고 보지 않고 난상토론을 열었다”며 “밀실이 아닌 공개적인 장소에서 의견을 주고받다 보면 어떤 사업체가 사업에 더 적합한지 결국엔 정리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비용 문제와도 닿아있다. 사업이 늘어지면서 자칫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추가 비용 발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채 회장은 “제때 의사결정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세월이 한없이 흐르는데 시간의 기회비용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야 일차적으론 전략화 목적도 달성할 수 있고 수출에도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청의 구조적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방사청 관계자들이 열심히 하고 있긴 하지만 현역 군인보다는 일반직 공무원이 주도하는 구조는 사용자 입장에서의 합목적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실제 무기를 사용하는 군의 입장이 더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 회장은 방사청이 문민화를 지향하면서도 관계자들이 국방 분야에서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최고의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미국은 군에서 은퇴한 전문가들이 관련 기관에서 주요 결정을 내리는데, 우리와는 발상 자체가 다르다”며 “방사청도 문민화의 장점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채 회장은 복합 무역 방식 도입도 제안했다. 그는 “무기 거래도 자원 수입과 연계해 물물교환 등을 고려하는 복합 무역 형태로 접근하면 부가가치가 커진다”고 주장했다. 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비밀 정보나 특별 주문만 오프라인에서 처리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방위산업도 거래의 상당 부분을 디지털화하는 것이 블루오션”이라고 덧붙였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