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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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굿바이’… 美 대선 구도 리셋 [바이든 사퇴]

대선 107일 앞두고 후보 전격사퇴

“남은 임기 집중하는 게 국가에 이익
새 후보에 해리스 전폭적 지지·지원”
해리스 “지지에 영광… 당선이 목표”

美 민주 새 대선후보 선출 절차 돌입
트럼프 “해리스가 이기기 더 쉽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하고 재선 도전을 공식 포기했다. 11월5일 대선까지 107일을 앞두고 대선후보 공식 지명 절차만을 남겨둔 현직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사퇴하는 미국 역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미 대선 구도는 혼돈에 빠져들게 됐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유세 도중 총격범에게 피격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8일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재선에 도전하는 것이 내 의도였으나 (후보에서) 물러나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의 의무를 다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내 결정에 대해 금주 후반에 더 구체적으로 국민에게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대 뒤로 ‘쓸쓸한 퇴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지난 5월2일 연설을 마친 후 퇴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을 107일 앞둔 2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후보를 전격 사퇴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게시글에서 “2020년 대선후보로 내가 내린 첫 결정은 카멀라 해리스를 부통령으로 지명한 것이며 그것은 내가 내린 최고의 결정”이라면서 “오늘 나는 카멀라가 우리 당의 후보가 되는 것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새로운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절차에 돌입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러닝메이트’였던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후보로 지지한다고 밝혔으나, 해리스 부통령의 후보 승계 또는 대체 후보 선출을 위한 ‘약식 프라이머리’ 진행 등을 두고 당내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엑스를 통해 “대통령의 지지를 받게 돼 영광이고, 이 지명을 받고 당선되는 것이 저의 목표”라며 대통령 후보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하원 흑인 의원 모임 및 히스패닉 의원 모임, 하원 내 우군 및 상원 의원과 접촉하는 등 약 200통의 전화를 돌리는 등 사실상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대선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아예 새로운 후보를 선출하기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11월 대선이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구도로 짜일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후보직 사퇴는 지난달 27일 TV토론에서 고령리스크를 노출하며 후보직 사퇴 요구를 받아온 지 24일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토론에서 지나치게 힘이 없고 쉰 목소리, 잦은 기침, 횡설수설한 답변, 중얼거림, 멍한 표정 등을 노출하면서 고령에 따른 건강 및 인지력 논란에 휩싸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에 대해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CNN과 통화에서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차기 민주당 대선후보로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 것과 관련해서는 “해리스는 바이든보다 이기기 쉽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