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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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화점포 속속 개설… “시니어 고객 모셔라”

은행권, 다양한 특화 서비스 경쟁

신한·우리銀, 어르신 위한 영업점 가동
은행앱 이용법 등 디지털 금융 교육에
고령층 친화 ATM 배치·자산 관리도
KB는 대형 밴 개조 ‘이동식 점포’ 운영
NH, 어르신 전담 직원이 편하게 상담
소비자들 “편리해서 일부러 찾아온다”

금융당국도 AI상담 안내 절차 개선키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신분증 가져오셨나요?”

22일 오전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신한은행 신림동 지점. 장맛비가 한창인데도 은행을 찾는 고객 발걸음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곳은 2021년 12월 금융권 최초로 시니어 고객을 위해 문을 연 ‘디지털 맞춤 영업점’이다. 문을 열자마자 지점 바닥에는 노랑, 파랑, 빨강, 초록색 길이 눈에 띄는데 △화상 상담 △대출·외환·투자 △예금·적금 △단순업무 등 고객이 원하는 업무 창구로 바로 갈 수 있도록 색깔로 구분해놓았다.

2021년 12월 금융권 최초로 시니어 고객을 위한 '디지털 맞춤 영업점'으로 문을 연 신한은행 서울 관악구 신림동 지점에서 손님들이 대기하고 있다. 신한은행 제공

이날 은행을 찾은 70대 손님은 “나이가 들다 보니 은행업무 보기도 쉽지 않은데 편리하게 해놓아서 여기를 일부러 찾아온다”라고 말했다.

이 지점에서 근무 중인 직원은 “고령층은 시력이나 청력 등 신체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화면 글자도 크게 해놓고 화상 시스템 볼륨도 높여놓는 등 세심하게 신경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많을 때는 하루 200명까지 방문한다”며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곳의 내점객은 점점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은행권은 이처럼 시니어 고객을 잡기 위한 경쟁에 분주하다. 기존의 영업점과 출장소를 특화 지점으로 새로 단장하거나 시니어를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예방법은 물론이고 은행 애플리케이션(앱) 이용법 등 디지털 금융 교육까지 마련했다.

초고령화 시대 진입에 따라 시니어 금융시장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 분명한 만큼 은행들은 다양한 특화 서비스를 앞세워 고객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시니어 특화점포를 운영 중이다.

신한은행은 신림동 지점을 비롯해 6곳을 ‘고객 중심 영업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시니어 고객이 평소 이용하기 어려워하는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직원이 안내해준다. 시니어 고객이 대면 창구와 더불어 디지털 기기를 통해서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시니어 금융소비자 교육센터인 ‘신한 학이재’도 신설했다. 이곳에선 금융사기 피해 예방 교육이 진행되고, 디지털 기기를 체험하며 배울 수 있어 이용자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020년 시중은행 최초로 KB골든라이프센터를 통해 은퇴자산 관리 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곳에선 은퇴자금 마련을 위한 연금 설계와 절세를 위한 자산관리 솔루션 등을 알려주는 고객 초청 세미나를 열어 인기를 끌고 있다. 은행은 또 대형 밴을 개조한 이동식 점포인 ‘KB 시니어 라운지’를 운영해 서울 중랑구, 구로구 등 5곳의 복지관을 매주 방문한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 대전 지점에 중·장년 세대를 위한 융·복합 문화·교육 공간 ‘하나 50+ 컬처뱅크’를 개점했다. 이곳에 함께 입주한 대전중장년지원센터에서는 △진로·경력 개발 과정 △일자리 연계 지원 등 특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나아가 하나은행은 ‘어른들의 금융학교’를 모토로 △시니어 디지털 교육 △중장년 자산관리 상담 △은퇴·노후설계 강연 등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서울 효심 영업점 등 3개 지점에 ‘시니어플러스 영업점’을 개설했다. 안락한 대기 장소에 고령층에 친화적인 ATM이 배치됐다. 원금 보장형 상품 위주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어르신들의 모임 장소로 ‘사랑채’도 만들어 놓았다.

NH농협은행은 영업점별로 책임감이 강하고 업무 경험이 풍부한 직원을 지정해 고령·장애인 고객 상담 등을 진행한다. 어르신 전용 전화 상담을 마련해 고령 고객이 좀 더 알기 쉽고 편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금융당국도 고령의 금융소비자가 겪는 어려움 해소에 나서도록 독려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제5차 공정금융 추진위원회’를 열고 금융사들이 고객 상담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면서 고령 소비자가 소통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민원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감원은 상담 연결 최초 안내 시 고령 소비자가 AI와 일반 상담 중 택할 수 있도록 하거나 고객정보가 등록된 고령 금융소비자는 일반 상담원에 바로 연결되도록 하는 방안, AI 상담 과정에서 일반 상담 연결방법을 명확히 안내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박미영·안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