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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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金여사 조사 방식 놓고 檢수뇌부 내홍, 국민 불신 더 키운다

이원석 검찰총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김건희 여사의 소환 조사 방식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해 내홍을 겪고 있다. 이 총장은 어제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해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일선 검찰청에서 어떤 보고도 받지 못했지만, 검찰청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것도 제 책임”이라며 “앞으로 남은 수사와 사건 처분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원칙이 실현되도록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것이 부족하다고 하면, 그때는 거취에 대해 판단하겠다”고도 했다.

현직 대통령 부인을 수사하면서 검찰 수뇌부 간 분란이 생기고 총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건 정상이 아니다. 이 총장은 지난 5월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김 여사 전담 수사팀 구성을 지시했다. 김 여사를 제3의 장소로 소환하는 데 반대한다는 뜻도 누차 밝혔다. 그런데도 서울중앙지검장은 총장에게 사전 보고도 없이 대통령 경호처가 관리하는 부속 청사에서 비공개 소환 조사를 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총장의 수사지휘권이 없고, 명품백 사건은 조사 여부가 불투명해 사전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군색하다. 대통령 부인 조사를 총장 보고도 없이 진행한 것을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중앙지검장을 전격 교체하면서 이 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총장이 김 여사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중앙지검장에 ‘친윤 검사’를 앉혀 수사를 막는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이 지검장이 사후 보고를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수사팀이 최근 사전 서면 조사로 김 여사 측이 대면 조사에 대비할 기회를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 절차의 공정성이 의심받는 이유다. 이러니 야당이 “황제 조사”, “특검 피하기 쇼”라는 공세를 퍼붓는 것 아닌가.

문제는 이로 인해 수사 공정성이 훼손되고, 국민 불신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총장 출신 현직 대통령 부인을 상대로 검찰이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국민이 많다. 김 여사가 무혐의 처분을 받을 것이라는 말이 벌써 흘러나온다. 가뜩이나 야당이 검찰 해체를 주장하는 마당에 검찰이 사는 길은 공정한 수사밖에 없다.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으면 검찰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