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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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정은과 잘지냈다”는 트럼프에 나온 북한 반응 “공은 공 사는 사”

“나는 김정은과 잘지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후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나왔다. “수뇌(정상)간 잘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우면서 국가간 관계에 반영하려 한 것은 사실이나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며 선긋기를 하면서도 “조미(북·미)대결의 초짐이 멎는가는 미국에 달려있다“며 특유의 힘겨루기 화법으로 공을 떠넘겼다.

 

북한의 이런 반응은 조선중앙통신에 23일 공개된 ‘조미(북·미)대결의 초침이 멎는가는 미국의 행동여하에 달려있다’는 제목의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에 등장했다. 

 

논평은 미국의 북한 적대시 정책과 북한을 압박하는 군사 훈련이 지속되고 있고, 미국의 대화 제안은 북한의 정신적 해이를 유도한 뒤 북한을 압살하려는 심리전일 뿐이며, 북·미대화 역사에서 합의문을 만들어도 미국이 정권 교체 뒤에 뒤집기 일쑤였으므로 더이상 북·미대화에 미련이 없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논평은 “미국이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전면적인 대결구도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파이팅 뱅갈스》라는 별칭을 가진 미 해병대의 공격대대소속 《FA-18 슈퍼 호네트》전투기 10여대가 최근 한국의 경기도 수원공군기지에 전개“하면서 “미 국방성은 《치명성을 높이기 위한 훈련》을 진행중이라고 공언”, “그 누구를 《위협》하듯 《FA-18 슈퍼 호네트》 여러 대가 리(이)륙하는 장면까지 공개하였다” 등으로 불만을 표했다.

 

또 “이 전투기들은 8월 이후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다양한 련(연)합훈련을 벌린다고 한다”며 “《FA-18 슈퍼 호네트》전투기가 합동정밀직격탄 등 정밀유도폭탄으로 상대방의 주요기지와 《전쟁지휘부》를 《족집게타격》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 특수전전용이라는 사실은 세상이 다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상전의 허세에 힘을 받은 한국 군부측은 《미해병대의 강력한 공중전력이 사실상 고정배치되면서 대북억제력증강효과도 기대된다》고 떠벌이였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대북 대화 원칙에 대해서도 “불순한 기도가 깔려있는 대화, 대결의 연장으로서의 대화는 애당초 할 필요가 없다“고 불신을 표출했다.

 

논평은 “《대조선적대시》라는 토질병에 걸린 대결광신자들이 꿀발린 대화소리를 입에 올리는 것은 우리 국가의 정신적, 심리적 해이를 유도하여 압살야망을 용이하게 실현하려는 속심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수십년 미국과의 관계를 통하여 대화가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주고 무엇을 잃게 하였는가를 뼈저리게 그리고 충분히 체감해보았다”며 역대 북·미대화 성과도 깎아내렸다.

 

논평은 “조미대화 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공정한 국제사회는 이미 미국은 흡진갑진(할 듯 말 듯 애매한 태도를 취하며 쓸데없이 시간만 끄는 모양)하면서 약속을 리(이)행하지 않는 신의없는 나라라는 결론”이라며 “클린톤(턴) 행정부 시기에 조미대화의 결과로 조미기본합의문이 채택되였지만 그것을 리행함에 있어서 이런저런 구실로 제동을 걸어오다가 부쉬(시)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완전히 파기해버린 것이 실례”라고 했다.

 

이어 “세계 앞에 엄숙히 천명한 국가 간 합의도 정부가 바뀔 때마다 당파의 《취미》와 《기분》에 맞게 마구 《료(요)리》하다가 오물처럼 줴버리는 미국의 국가정치풍토를 놓고 신뢰성 같은 것은 더 론(논)의할 여지조차 없다”고 했다. 

 

트럼프 미 대선 후보도 마찬가지라는 식으로 언급했다. 논평은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 경쟁이 본격적인 단계에 이른 속에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공식 확정된 트럼프가 후보수락연설에서 우리를 두고 《나는 그들과 잘 지냈다.》,《많은 핵무기나 다른것을 가진 누군가와 잘 지내는것은 좋은 일이다.》 등의 발언을 하여 조미관계전망에 대한 미련을 부풀리고 있는데 미국에서 어떤 행정부가 들어앉아도 량(양)당간의 엎치락뒤치락으로 란(난)잡스러운 정치풍토는 어디 갈 데 없으며 따라서 우리는 그에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수뇌들사이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우면서 국가간 관계들에도 반영하려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긍정적 변화는 가져오지 못하였다”며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고 국가의 대외정책과 개인적 감정은 엄연히 갈라보아야 한다”고 했다.

 

논평은 “근 80년동안 미국은 줄곧 가장 악랄하고 집요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추구해왔다”며 “우리는 자기의 사상과 제도, 존엄과 삶을 지키기 위해 자위력을 키워왔으며 미국과의 전면대결에 충분히 준비되였다”고 주장했다.

 

또 “력(역)대 행정부들의 심각한 전략적 착오로 하여 이제는 미국이 진짜로 저들의 안보부터 걱정해야 할 시대가 도래하였다”며 “지금처럼 핵전략자산을 때없이 들이밀고 첨단무장장비들을 증강하며 핵작전운용까지 예견한 빈번한 침략전쟁 시연회들을 광란적으로 벌리면서 대화요, 협상이요 하는 낱말들을 아무리 외웠댔자 우리가 믿을 수 있는가”라고 했다. 이어 “미국은 조미대결사의 득과 실에 대해 성근히 고민해보고 앞으로 우리와 어떻게 상대하겠는가 하는 문제에서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조미대결의 초침이 멎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행동여하에 달려있다”고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형식상 외무성 등 당국 명의가 아니고 조선중앙통신사 논평 형식으로 나온 것으로 보아 조심스러운 반응”이라고 말했다. 또 “내용상으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친분 관계를 인정하면서 향후 미국과 북한의 관계는 전적으로 미국의 행동에 달려있다고 함으로써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를 변경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