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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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야식 먹은 듯?”… 갤워치 울트라에게 추궁당했다 [이동수는 이동중]

하반기 언팩 주인공은 ‘갤럭시 워치’
워치 울트라 ‘쿠션’ 디자인 여론 뒤집어
에너지 점수로 일상 컨디션 모니터링해
새 센서 강력…바이오마커 더 추가될 듯
폴드6 ‘비주얼 담당’ 등극…1020 어필해
200만원 이상 초고가에도 카메라 ‘아쉽’

지난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2024 갤럭시 언팩’에서 공개된 신제품 중 갤럭시 링을 제외한 △갤럭시Z 폴드6 △갤럭시Z 플립6 △갤럭시 워치7 △갤럭시 워치 울트라를 일주일간 써봤다. 

 

사용 결과, 이번에 새로 선보인 삼성의 작품 중 하반기 주인공은 워치 시리즈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워치 시리즈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기 동작 속도다. 화면 전환, 앱 실행 등에서 이전 시리즈의 버벅거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언팩 전 삼성전자가 웨어러블용 칩셋 ‘엑시노스 W1000’을 공개하며 전작 대비 성능을 최대 3.7배 끌어올렸다고 예고한 것이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던 셈이다.

갤럭시 워치 울트라 티타늄 화이트
갤럭시 워치 울트라 티타늄 그레이

◆디자인·헬스케어 ‘합격’… 배터리 아쉬워

 

워치 울트라의 쿠션 디자인은 반전이었다. 호불호를 넘어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앞서 쿠션 디자인이 유출됐을 때 온라인상에선 갤럭시 워치의 시그니처 원형 디스플레이에 사각 모양의 본체를 끼워 넣어 정체성이 흐려졌다는 조롱이 주를 이뤘지만, 실물이 공개된 뒤 이 같은 비난은 종적을 감췄다. 사각 모양의 본체는 원형 디자인을 부각해 오히려 갤럭시 워치의 정체성을 강화했고, 내구성이 대폭 강화된 느낌을 주면서 아웃도어 피트니스 최적화 콘셉트를 극대화했다.

 

갤럭시 인공지능(AI)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로서의 성능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수면 등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종합해 매일 수치화하는 ‘에너지 점수’는 일상에서 컨디션을 관리하는 데 꽤나 유용했다. 심지어 수면 중 심박변이도를 분석해 기자가 전날 잠들기 전에 야식을 먹었는지도 AI로 추측해 눈치를 줬다.

갤럭시 워치 울트라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에너지 점수’ 모습. 전날 잠들기 전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먹고 23일 오전 에너지 점수를 확인하니 워치 울트라가 “잠들기 전에 알코올을 섭취하거나 야식을 먹었나요?”라고 추궁했다. 야식을 먹지 않은 날엔 이같은 문구를 볼 수 없었다. 이동수 기자

새로운 바이오액티브 센서가 탑재되면서 측정 가능해진 ‘최종당화산물 지수’는 아직 건강 지표로서 기능을 다하진 못했다. 최종당화산물은 혈액 내의 당이 피부의 단백질 등과 결합한 형태로, 평상시 식단과 생활 습관을 반영하는 바이오마커로 알려져 있다. 워치7·울트라에선 최종당화산물 지수를 수치화하지 않고 낮음, 높음 사이 사용자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만 알려줄 뿐이다. 현재 실험실 기능으로 분류된 만큼, 향후 에너지 점수처럼 건강 상태에 따른 솔루션도 제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새로운 센서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요소다. 이번 센서는 전작과 같은 크기에 새로운 LED를 여럿 추가해 측정할 수 있는 건강 지표 범위를 대폭 늘렸다. 최종당화산물 지수 외에도 AI 업데이트만으로 추가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남았다는 뜻이다. 박헌수 삼성전자 모바일(MX)사업부 디지털헬스 팀장은 11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영양, 심혈관 관련 지표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배터리는 개선됐으나 여전히 부족했다.

갤럭시 워치7 40mm 크림
갤럭시 워치7 40mm 그린

충전 속도는 업그레이드 없이 기존과 동일한 4W로 완전 충전까지 1시간20분 정도 걸린다. 이번 워치 시리즈의 건강 모니터링 기능이 대폭 강화된 만큼 ‘올웨이즈(항상) 모니터링’으로 보다 정확한 지표를 얻고 싶은 사용자로선 1시간 이상 워치를 손목에서 떼어놓는 게 마음에 걸렸다.

 

무선 배터리 공유 기능이 빠진 것도 아쉽다. 기존 워치 시리즈는 스마트폰의 배터리를 이용해 워치를 무선으로 충전할 수 있었지만, 워치7·울트라에선 새 센서 탑재로 본체 후면 디자인이 바뀌었고 기기 내부의 무선충전코일 안테나 거리가 멀어지면서 더는 기능을 지원할 수 없었다.

◆재미·유용 다잡은 AI ‘가득’

 

새 갤럭시Z가 공개될 때마다 플립 시리즈가 맡았던 ‘비주얼 담당’은 이번엔 폴드6가 차지할 전망이다. 역대 폴드 시리즈 중 가장 얇고 가벼운 폴드6는 각진 외형으로 날렵함을, 무광 처리로 깔끔함을 강조해 1020 세대도 좋아할 디자인을 갖췄다.

 

새로운 갤럭시 AI 중에선 글쓰기, 스케치 변환, 인물 사진 스튜디오 등 생성형에 집중한 기능이 흥미로웠다.

갤럭시Z 폴드6의 ‘글쓰기’ 기능을 이용한 모습. 폴드6의 장점을 소개하는 이메일 작성을 지시하자 순식간에 이메일이 완성됐다. 이동수 기자 

글쓰기 탭에서 ‘갤럭시Z 폴드6의 장점을 소개하는 이메일’이라는 문구를 넣자 폴드6의 대화면, 휴대성 등을 강조한 이메일이 순식간에 작성됐다. 기자가 그린 조악한 굴뚝집은 스케치 변환으로 세련된 3차원(3D) 아트로 재탄생했다. 셀카를 찍은 뒤 인물 사진 스튜디오로 3D 캐릭터, 수채화, 스케치 모드 등을 적용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에 어울리는 이미지들을 손쉽게 만들 수 있었다.

직접 그린 굴뚝집 밑그림(왼쪽 사진)을 갤럭시Z 폴드6의 ‘스케치 변환’ 기능으로 재생성한 모습. 이동수 기자

통·번역 기능 중에선 해외여행, 외국인과의 비즈니스 미팅 등 특수한 상황 외에 일상생활에서도 쓸 수 있는 ‘듣기 모드’가 유용했다. 외국어 강의 동영상을 재생한 채 듣기 모드를 켜면 강의 내용의 원문과 번역본을 함께 보여줬다. 음성 인식 정확도는 이전보다 크게 개선됐지만, 영상 내 목소리의 선명함 정도에 따라 차이가 컸다. 

 

카메라는 폴드6와 플립6의 평가가 엇갈린다.

갤럭시 Z 폴드6 실버 쉐도우

폴드6는 전작과 카메라 스펙이 동일하다. 더 얇고 가볍게 만들기 위해 카메라 스펙 향상을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 AI 기반의 ‘프로비주얼 엔진’으로 촬영부터 편집·감상 모두 진화했다곤 하나, 출고가 222만9700원부터 시작하는 초고가 스마트폰치곤 카메라 성능이 약하다.

갤럭시 Z 플립6 화이트

플립6는 메인 광각 카메라가 전작 12메가픽셀(MP) 화소에서 50MP로 대폭 향상돼 이전보다 더 나은 촬영 경험을 선사했다. 다만 기본 설정이 12MP로 설정돼 있어 50MP로 바꾼 뒤 설정 유지 기능을 켜줘야 제 기능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