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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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X들” 양산 공무원 사망 원인은 ‘악성 민원’…“순직 인정해야”

“업무에 적응할 시간 없이 보직 변경”
고성과 폭언, 생전 유족‧동기에게 ‘힘들다’…
기록된 실제 추가 근무 시간만 66시간

지난 2월 경남 양산시에 근무하는 김 모(29) 주무관이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이하 경남공무원노조)는 김 주무관의 순직 인정과 악성 민원 근절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양산 공무원 사망 진상조사 결과 보고 및 순직 인정 요구 회견. 연합뉴스

 

경남공무원노조는 23일 오전 11시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고인은 양산시 보건소 민원 팀에서 근무하던 당시 하루에도 여러 차례 악성 민원에 시달렸고,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동료와 지인에게 토로했다"고 밝혔다.

 

이어 "업무에 적응할 시간도 없이 고인은 6개월 만에 보건소 의약 팀으로 보직이 변경됐고, 약사법과 관련한 전문 업무를 맡으면서 스트레스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경남공무원노조는 진상조사 보고서에서 김 주무관이 생전 유족과 동기에게 민원과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표현하면서 힘들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고 전했다.

 

김 주무관이 민원 팀에서 근무하던 당시 한 민원인이 "어린 X들"이라고 말하면서 김 주무관에게 고성과 폭언을 했던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악성 민원 외에도 김 주무관은 격무에 시달린 것으로 알졌다.

 

경남공무원노조가 파악한 '근무기록 내역'에 따르면 김 주무관은 기록되지 않은 실제 추가 근무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사망 직전인 지난 1월과 2월 각 66시간 29분과 36시간 9분의 초과 근무를 했다.

 

경남공무원노조는 "생전에 가족과 친구, 동료 등 대인관계가 원만했고, 자기 계발을 위해 노력했던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는 전혀 없다"며 "이번 사망은 악성 민원과 업무 과중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양산시를 비롯해 인사혁신처 등 관계당국은 고인의 명예 회복과 유족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기 위해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0일 오후 4시 20분께 울산시 행정복지센터에서 60대 후반 남성이 복지카드 관련 상담을 하던 중 상담 공무원에게 욕설하며 철재로 된 지팡이를 휘둘렀다. 이 사건의 결과로 상담 공무원은 전치 2주의 상처를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처럼 공무원을 상대로 한 악성 민원 가운데 폭행‧협박 등의 민원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3월부터 두 달간 49개 중앙행정기관, 243개 지방자치단체, 17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악성 민원에 대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2784명의 악성 민원인이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중 업무 담당자 개인 전화로 수백 통의 문자를 보내는 이른바 ‘문자 폭탄’ 등 상습적이고 반복적으로 담당자를 괴롭히는 유형이 48%로 가장 많았고, 살해 협박이나 책상을 집어 던지는 등의 폭언, 폭행 유형이 40%로 뒤를 이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예은 온라인 뉴스 기자 jolichio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