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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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북극 보폭 확대에… 美 “군사 투자·동맹 강화”

국방부 2024 북극전략 발표
中·러 해군 수년간 합훈·항로개척 협력
美 “본토·동맹 영토 위험 유발 우려” 평가
정보·감시 역량·軍시설 지속 투자 강조
“대응 필요 시 언제든 합동전력 전개”

미국 국방부가 북극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북극에 필요한 군사 역량에 더 투자하고 동맹과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북극 해역은 지하자원 부존량이 많은 데다 얼음이 빠르게 녹으면서 2030년쯤에는 북극항로가 1년 내내 열릴 것으로 추정돼, 각국이 북극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스크바=신화통신연합뉴스

미 국방부는 22일(현지시간) 발표한 ‘2024 북극 전략’에서 “북극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 확대 등의 활동,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확장, 기후변화의 갈수록 커지는 영향이 새롭고 더 역동적인 북극 안보 환경을 예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러 협력의 사례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북극 지역의 에너지를 채굴하고 수출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갈수록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중국이 북극 국가가 아닌데도 북극의 자원을 활용하고 북극에 더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면서 지난 몇 년간 중국과 러시아 해군이 북극 지역에서 함께 훈련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국무원은 2018년 ‘북극 정책 백서’를 발간하면서 중국이 지리적으로 북극권에 가장 가까운 대륙 국가 중 하나인 ‘북극권 근접 국가’이자 ‘중요한 이해당사국’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말 발트해와 베링해를 잇는 북극항로 개척에 대한 협력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북극 운송로에서 전문적 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해당 북극항로를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의 주요 3개 항로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북극항로를 이용할 경우 중국발 화물이 유럽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일가량으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기존 항로보다 2주 정도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중국은 항로뿐 아니라 북극 해역에서 독자적 탐사 활동도 벌이고 있다. 중국은 3척의 쇄빙선으로 군과 민간 합동 탐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중국 함정들은 해저용 드론과 극지용 항공기도 탑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는 러시아의 경우 북극 지역에 핵잠수함 기지 등 상당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북극 역량은 미국 본토뿐만 아니라 동맹과 파트너의 영토를 위험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가 북극에서 운영 중인 군사기지 수가 미국과 나토의 기지를 합친 것보다 많고, 북극에서 서방의 군사적 입지가 러시아에 비해 약 10년 뒤처져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 국방부는 북극을 ‘미국 본토를 안전하게 하고 핵심 국가 이익이 보호받는 안정적인 지역으로 유지한다’는 목표를 밝히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감시와 대응’ 방식의 접근법을 제시했다.

이는 위험 징후를 조기에 감지한 뒤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국방부는 “안보 환경이 국방부의 대응이 필요한 방향으로 바뀔 경우 국방부는 우리가 선택하는 시간과 장소에 전 세계적으로 합동전력을 전개할 능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대응에는 억제력을 강화하고 경쟁국의 행동을 방해하기 위해 합동전력이 북극 외의 지역에서 작전하는 것도 포함된다. 국방부는 북극 지역의 미사일 조기 경보 등 정보·감시·정찰(ISR) 역량과 통신기술, 군사시설에 계속 투자하고, 나토를 비롯한 동맹과 군사훈련 등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북극에 대해 “전략 경쟁의 장이 되어가고 있으며 미국은 동맹과 파트너와 함께 이 도전에 맞설 준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