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SM)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3일 새벽 구속됐다. 작년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당시 12만원이던 SM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시세조종 혐의가 인정됐다. 지난해 11월 이 회사의 ‘2인자’ 격인 배재현 투자총괄대표를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이 같은 혐의로 구속한 바 있어 김 위원장의 공모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재판부는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까지 적시했다. 대기업 총수로선 치욕스러운 일이나 그만큼 죄가 중하다는 의미다.
주가 조작은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일반 투자자들의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가 아닐 수 없다. 기업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도 달라질 게 없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당시 16만원대까지 치솟았던 SM 주가는 한 달 만에 10만원 이하로 폭락했다. 카카오 측은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고 항변하지만, 검찰 기소 내용대로 불법적 방법을 동원한 시세조종으로 확인된다면 엄벌해야 마땅하다.
김 위원장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이재웅 다음 창업자, 고인이 된 김정주 넥슨 창업자 등과 함께 한국 벤처 신화의 상징으로 불리는 벤처 1세대다. 국내 최초 온라인 게임 포털인 한게임을 창업했고, 모바일 시대를 예감하곤 카카오톡을 만들어 국민 메신저로 키웠다. 2021년 카카오 의장 시절에는 재산 절반을 사회문제 해결에 쓰겠다며 기부 약속까지 했다. 정보기술(IT) 업체의 혁신 아이콘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덩달아 카카오도 재계 순위 15위(2023년 기준), 시총 22조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카카오는 플랫폼 시장의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골목상권을 침범해왔다. 또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상장 후 스톡옵션을 매각해 거액의 차액을 챙긴 ‘먹튀 논란’,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사건 등 잇단 도덕성 시비에 휩싸였다. 이젠 김 위원장 구속으로 오너리스크까지 더해졌다. 혁신 기업이라는 외피를 둘렀지만, 초심을 잃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준법정신을 망각한 후과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자본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한편 테크기업의 오너리스크에 경종을 울려야 할 것이다.
[사설] 김범수 구속, ‘혁신’ 초심 잃고 문어발 사업 확장 몰두한 결과
기사입력 2024-07-23 23:08:44
기사수정 2024-07-23 23: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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