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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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 오물풍선 대통령실 경내 낙하, 성동격서식 도발 경계할 때

북한에서 날려 보낸 오물풍선이 어제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 내에 떨어졌다. 대통령실 청사 인근에 오물풍선이 떨어진 적은 있지만 경내에서 낙하물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다행히 떨어진 물체의 위험성이나 오염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은 “쓰레기 풍선이 낙하할 때까지 위치를 실시간으로 정확히 감시하며 대비하고 있었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만에 하나라도 폭발물이나 생화학무기가 담겼다면 충격적인 일이 벌어질 수 있었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풍선 자체에 위성항법장치(GPS)가 달리지 않은 이상 대통령실을 목표로 낙하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시간과 풍향을 잘 계산하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고 보면 북한이 의도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지난달 초에도 국립중앙박물관과 용산구청, 이태원역 상점 등 대통령실 청사 인근 장소에서 오물풍선이 발견된 바 있다. 우리 군은 오물풍선을 공중에서 요격할 경우 낙탄 등의 피해가 우려돼 낙하 후 수거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방심이 화를 부를 수 있는 만큼 경계태세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북한이 오물풍선을 띄워 보내는 것은 치졸한 짓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탈북민 단체가 대북 전단을 날려 보내는 데 대한 보복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이미 군 당국은 지난 18일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고, 21일부터는 전체 전선으로 확대한 상태다. 북한의 반감이 작지 않을 것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어제 일자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북한이 탈북민 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하기 위해 풍선을 띄우는 장소에 총격이나 포격을 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남과 북이 서로 풍선을 띄우는 심리전이 무력충돌, 나아가 국지전 같은 유혈 사태로 번지는 것이 시간문제일 수 있다는 의미다.

시선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고는 숱한 성동격서식 도발을 일삼아온 북한이다. 더구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6일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에서 대북 전단과 관련해 “다시금 엄중히 경고한다. 처참하고 기막힌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2022년 고작 2m 크기 북한 소형 무인기 5대에 수도 서울이 속수무책으로 농락당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도발에 맞선 보복, 응징도 중요하지만 또다시 허를 찔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될 것이다. 위기관리에 만전을 기할 때다. 아울러 국지적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출구전략을 찾는 것도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