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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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檢 ‘김명수 거짓말’ 본격 수사, 사법신뢰 위해 철저히 밝혀야

검찰이 최근 김명수 전 대법원장에게 “검찰청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김 전 대법원장이 문재인정부 시절, 더불어민주당의 ‘법관 탄핵’ 추진을 이유로 임성근 당시 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되고 국회에 허위 답변을 한 사건과 관련해서다. 전직 사법부 수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조사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이어 두 번째다. 국민 보기에 참담하고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김 전 대법원장은 2020년 5월 임 부장판사가 건강상 이유로 사표를 내자 “지금 (민주당이)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이야기를 듣겠냐 말이야”라며 거부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그는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국회에 보냈는데, 임 부장판사가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거짓말로 드러났다. 결국 김 전 대법원장은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사실과) 다르게 답변했다”고 사과했다. 재판에서 거짓을 가려내는 것이 판사의 책무다. 사법부 수장이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것은 법원의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중대한 잘못이다. 여당에 잘 보이기 위해 임 전 부장판사의 사표를 막은 건 사법부 독립성을 훼손한 행태다.

검찰이 고발된 지 3년5개월이나 지나서야 김 전 대법원장을 소환조사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문재인정부 시절, 검찰은 수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2021년 김인겸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현 서울고법 부장판사)과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해 서면조사만 하고 수사를 진척시키지 않았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에야 수사팀이 개편돼 지난해 7월 김 부장판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눈치 보기, 늑장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전 대법원장 수사가 정권의 향방에 좌우되면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는 것 아닌가.

검찰은 김 전 대법원장 조사를 다음 달에 하겠다고 한다. 김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8월 퇴임 직전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가 정당한 절차에 의해 진행되면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수사를 거부할 만한 절차상 하자가 없는 만큼 협조해야 마땅하다. 검찰은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수사해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전직 사법부 수장이 수사기관에 불려 다니는 불행이 더는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