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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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일 만에 같은 식탁 앉은 尹·韓… 화두는 ‘당정 대화합’ [與, 한동훈號 출범]

대통령실, 전대 출마자 초청 만찬

尹 제안… 전대 하루 만에 전격 상견례
‘낙선’ 元·羅·尹도 참석… 갈등봉합 의지
만찬 메뉴는 삼겹살·돼지갈비·상추쌈

당정 정례적 소통 창구 개설 가능성
대통령실, 尹·韓 독대 등 “다 열려있다”

채 상병 특검 등 양측 갈등 불씨 여전
김재원 최고 “특검법, 원내대표 전권”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찬을 함께 했다. 지난 1월29일 오찬 이후 178일 만에 같은 식탁에 마주 앉은 것이다. 4·10 총선을 전후로 극한 대립을 보였던 당정은 우선 화합 분위기 속에 새출발을 알렸지만,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문제’ 등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만찬에서 한동훈 대표(왼쪽)와 함께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당정 갈등 만찬으로 해소될까

 

대통령실은 24일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비롯한 인요한·장동혁 최고위원 등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와 원희룡·나경원·윤상현 등 전당대회 낙선자 등을 초청해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고 밝혔다. 새 지도부와의 상견례 자리에 낙선자까지 모두 초대한 것은 전당대회 기간 심화된 당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뜻으로 해석된다.

 

당에서는 추경호 원내대표, 정점식 정책위의장, 성일종 사무총장 등 16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정혜전 대변인 등 주요 참모 10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비 올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날이 좋다”고 인사를 건네고, 기념촬영을 하며 만찬을 시작했다. 만찬에는 대통령이 직접 고른 삼겹살, 돼지갈비, 모둠 상추쌈 등이 식탁에 올랐다. 대통령실은 “삼겹살은 당·정·대 통합을 의미하며, 막역한 사이에 먹는 대표적인 한국 음식으로 격의 없이 소통하고 대화해 나가자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 만찬은 대화합의 만찬”이라며 “전당대회가 어느 때보다 치열했고, 대통령께서도 어제 축사를 통해 ‘당정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운명 공동체다’라고 말씀하셨다”며 만찬의 의미를 설명했다.

야외정원 ‘파인글라스’서 화기애애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야외정원 ‘파인글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및 당 대표 후보 출마자들과의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앞줄 왼쪽 세번째부터 한동훈 대표, 윤 대통령, 추경호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해 친정 체제로 불렸던 김기현 당대표 지도부와의 만찬이 3·8 전당대회 닷새 뒤에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7·23 전대 바로 다음날 진행된 만찬은 이례적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만찬 제안과 관련해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통화 이후 자연스럽게 결정된 것”이라며 “대통령실에서 먼저 제안했다고 봐주시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만찬을 계기로 당정 간 정례적 소통 창구가 개설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 계획에 대해 “추후에 그런 것도 다 열려 있다”고 했다.

 

이날 한 대표는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보낸 난을 홍 정무수석으로부터 전달받고 “제가 대통령과 함께 당쪽에서 당을 이끌면서, 윤석열정부가 지금 여러 저항을 받고 있는데 다 이겨내고 역경을 이기고 결국 국민을 위한 좋은 정치해서 좋은 대한민국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출발부터 이견 나오는 ‘한동훈호’

 

이날 만찬에선 참석자들이 단결과 화합을 강조했지만 당정 간 허니문이 오랜 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친윤계로 구분되는 김재원·김민전 최고위원 등은 한동훈호 첫날부터 한 대표와 입장 차를 보였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제안한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제 입장은 달라진 것이 없다”며 “국민들께 받을 수 있었던 ‘진실을 규명하는 것에 소극적이지 않느냐’는 오해를 벗어날 수 있어 새로운 제안을 낸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한 대표에게 ‘채상병 특검법 찬성 표결’을 당론으로 확정하라고 한 데에 대해선 “우리 당이 가진 민주적 절차를 통해 잘 설명하겠다”고 답했다. 한 대표는 그간 ‘국민적 눈높이’를 강조해 왔는데, 당 대표 취임 후에도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 당선자가 2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개표결과 발표 후 경쟁자였던 윤상현, 나경원, 원희룡 후보와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하지만 이날 친윤계 최고위원들 사이에선 공개적으로 이견이 새어 나왔다. 특히 한 대표가 국회 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원외대표 한계론’을 파고든 견제가 이뤄졌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에서 “채상병 특검법은 국회의원들이 표결하고 국회에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내대표에게 전권이 있다”며 “만약 의원총회에서 이미 결정이 됐다면 이견을 말하는 것도 굉장히 조심스러워해야 한다”고 했다. 김민전 최고위원도 SBS 라디오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입장이나 특검 임명 문제는 원내전략”이며 “당 대표가 이래라저래라 할 얘기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친윤계 최고위원들의 공개 반발이 불거지며 한 대표가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한 대표가 제3자 채상병 특검법을 지금 발의하면 의원들이 의총장에 못 들어오게 할 것”이라며 “추경호 원내대표가 전당대회 전 마지막 의총에서 ‘의총이 원내 최고의사결정 기구’라고 강조했는데, 채상병 특검법을 막겠다는 뜻으로 들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공수처 수사 결과 보겠다며 시간을 벌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한계 의원들도 속도 조절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한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원내 지휘는 원내대표가 하시는 거니깐 거기에 우선권을 드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또 다른 친한계 의원도 “경찰 수사 결과가 새로 나오기도 했고, 한 대표가 빠져나갈 명분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조병욱·김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