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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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ETF 시장… 브랜드명 바꾸고 고객 유치 한판 붙다

치열해지는 자산운용사 경쟁

국내 ETF 시총 157조… 4년 새 3배 ‘껑충’
삼성·미래에셋 양강 구도에 속속 도전장
7월 들어 KB ETF브랜드 이름 ‘RISE’로
한화 ‘PLUS’로 교체… 재도약 의지 다져
대표가 직접 나서 상품 소개 등 홍보도
일각 “마케팅보다 차별화 상품 개발을”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158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세를 보이면서 자산운용사 간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ETF 브랜드명을 바꾸거나 운용사 대표가 직접 나서 상품 소개에 나서는 등 홍보에 적극적인 분위기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ETF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점도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드는 요소다. 다만 국내 자산운용사 대부분 차별성을 띠는 상품 개발보다는 수수료 인하나 마케팅 강화 등에 더 집중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국내 ETF 시가총액은 157조545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150조원을 돌파한 뒤 7조원 넘게 불어났다.

 

ETF 시장은 최근 들어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말 51조원에 불과했던 시총 규모는 세 배 넘게 불어났다. 지난해에는 100조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양적 완화 정책으로 대중의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간편하게 증시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ETF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ETF 시장의 개인투자자’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 개인투자자의 ETF 누적 순매수 금액은 6조2000억원에 불과했으나 이후의 누적 순매수 금액은 20조원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ETF 상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전날 기준 1위 삼성자산운용(시장 점유율 38.40%)과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 36.54%)이 양강 구도를 형성한 채 수수료율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외 시장 점유율이 1%가 넘는 곳은 KB(7.65%), 한국투자신탁(6.83%), 신한(2.88%), 키움(2.26%), 한화(2.25%), NH-아문디(1.24%) 등 6곳이다.

 

최근 운용사들은 전염이라도 된 듯 ETF 브랜드명 교체에 한창이다. 전날 한화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ETF 브랜드를 기존 ‘아리랑’(ARIRANG)에서 ‘플러스’(PLUS)로 바꾼다고 밝혔다. 이달 들어 KB도 ‘KB스타(STAR)’에서 ‘라이즈’(RISE)로 바꿨고, 신한은 ‘스마트’(SMART)에서 ‘쏠’(SOL)로, 한국투자신탁은 ‘킨덱스’(KINDEX)에서 ‘에이스’(ACE)로 각각 브랜드명을 교체했다. 우리자산운용도 기존 ‘우리’(WOORI)에서 ‘원’(WON)으로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사들은 브랜드명 교체를 통해 홍보효과를 보려는 전략적 속내를 보인다. 권희백 한화자산운용 대표는 전날 간담회에서 “플러스는 ETF 시장 발전을 견인하면서 가치를 더해 나가겠다는 전략적 의지를 담은 브랜드”라고 설명했었다.

 

자산운용사 대표가 이처럼 직접 마이크를 잡고 상품 홍보에 나서는 장면은 전에는 보기 힘들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도 지난달 빅테크 기업 투자 ETF 상장 전 홍보 목적 차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배 대표는 지난 3월에는 반도체 관련 ETF에 대한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달 임동순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는 주력 상품 중 하나인 타깃데이트펀드(TDF)에 관한 간담회를 열어 순자산 규모가 3000억원을 넘었다고 자랑했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예상 시점을 설정해 생애주기에 따라 주식과 채권 등 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금융상품이다.

 

자산운용사가 저마다 ETF 상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차별화 있는 상품 개발은 등한시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ETF 상품들이 커버드 콜이나 반도체, 인공지능(AI), 빅테크 관련들”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내에서는 전체 시장 발전을 위해 자산운용사들이 특색 있는 상품 개발에 더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