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에서는 변칙적인 상속·증여에 사전 대처하기 위해 세법 고유의 포괄적인 증여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종전 증여의제규정을 일률적으로 증여재산가액의 계산에 관한 규정으로 전환하는 등 이른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상증세법상 ‘증여’란 그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형식·목적 등과 관계없이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타인에게 무상으로 유·무형의 재산 또는 이익을 이전(현저히 낮은 대가를 받고 이전하는 경우를 포함)하거나,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을 가리킵니다.
‘증여재산’이란 증여로 수증자에게 귀속되는 모든 재산 또는 이익을 말합니다.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물건, 재산적 가치가 있는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모든 권리,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모든 경제적 이익을 포함합니다.
그리고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각호에서 증여세 과세 대상을 열거하면서 제4호에서 ‘상증세법의 개별 가액산정규정(제33조부터 제39조까지, 제39조의2~3, 제40조, 제41조의2~5, 제42조, 제42조의2 또는 3)에 해당하는 경우의 그 재산 또는 이익’을 규정하는 한편 이와 별도로 제6호에서 ‘제4호 각 규정의 경우와 경제적 실질이 유사한 경우 등 제4호의 각 규정을 준용하여 증여재산의 가액을 계산할 수 있는 경우의 그 재산 또는 이익’을 규정했습니다.
그렇다면 개별 가액산정규정의 과세 요건 중 일부를 충족하지 못한 거래·행위에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6호를 근거로 증여세를 매길 수 있을까요?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2024. 4. 12. 선고 2020두53224)은 “과세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툼의 요지는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구 상증세법 제40조 제1항 제2호 다목을 근거로 주식전환 이익을 과세할 수 없을 때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얻은 주식전환 이익과 경제적 실질이 유사하다고 보아 구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6호를 근거로 증여세를 매길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법원은 구 상증세법 제40조 제1항 제2호 다목을 근거로 주식전환 이익을 과세할 수 없다면 구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6호를 근거로 증여세를 매길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사건 개요는 이렇습니다. 원고는 2014년쯤 A회사로부터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 뒤 2016~2017년쯤 분리된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주식전환 이익을 얻었습니다. 구 상증세법 제40조 제1항 제2호 다목은 주식전환 이익을 얻은 주체가 전환사채 인수 당시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일 것을 과세 요건으로 규정합니다. A의 대표이사이자 2대 주주의 특수관계인인 원고의 주식전환 이익을 위 조항을 근거로는 과세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피고가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얻은 주식전환 이익과 ‘대표이사이자 2대 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얻은 주식전환 이익이 경제적 실질이 유사하다고 보아 신설된 구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6호(2015. 12. 15 법률 개정)를 근거로 원고에게 증여세를 부과하자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증여세 부과처분의 취소를 청구했습니다.
대법원은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관련 법령의 문언, 체계, 개정 경과, 입법 취지 및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설정한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에 따라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 거래·행위에 대하여 구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6호를 근거로 증여세를 과세할 경우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현저히 침해하게 된다”며 “이런 점 등을 종합해보면 구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6호는 새로운 금융기법이나 자본거래 등의 방법으로 부를 무상이전하는 변칙적인 증여에 대처하기 위하여 그 거래·행위의 경제적 실질이 개별 가액산정규정과 유사한 경우 개별 가액산정규정을 준용하여 증여세를 부과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설정한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에 들어맞지 않아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거래·행위도 특별히 과세 대상으로 삼기 위한 별도의 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지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jieun.kim@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