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에는 먹는 것, 행동하는 것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몸에 좋은 음식을 통해 영양소를 섭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 편안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실제로 건강한 식단을 지킨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을 확률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산모가 임신 중 먹은 음식은 아이의 얼굴 모양을 결정짓는 등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대, 노르웨이 공중보건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양국의 출산 여성과 그 아이들 9만6308명을 대상으로 임신 중 건강 식단이 태어날 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팀이 정의한 건강 식단은 채소, 과일, 견과류, 생선, 통곡물을 규칙적으로 섭취하고 지방, 가공육, 청량음료, 정제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피하는 식습관이다.
그 결과 임신 중 건강 식단을 준수하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자폐아를 출산할 위험이 22% 낮아지는 것이 확인됐다. 또 자폐아 출산과 문제아 출산의 위험이 모두 어머니와 아들 사이보다는 어머니와 딸 사이에서 더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
연구 저자 캐서린 프리엘 박사는 “음식이 DNA 또는 면역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최근 게재됐다.
산모가 섭취한 음식이 아기 얼굴 모양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3월 영국매체 데일리메일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저널’에 게재된 ‘임신한 산모의 식습관과 신생아 얼굴 특징’ 연구 논문을 소개했다.
해당 논문의 연구진은 임신한 쥐와 물고기에게 각자 다른 식단 및 영양분을 투여했고, 이것이 자궁에서 ‘mTORC1’ 유전자 신호전달을 변화시켜 그들의 새끼들에게 특별한 얼굴 특징을 주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 결과, 고단백 식단을 섭취한 임신부의 아기는 더 강한 턱선과 더 큰 코와 같은 뚜렷한 얼굴 특징이 있는 반면, 저단백 식단 임신부의 아기는 더 날씬하고 뾰족한 생김새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임신부의 식습관이 자녀의 코 모양이나 턱 크기와 같은 얼굴 특징을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두개골 모양부터 코 연골의 양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생김새에 미묘한 차이가 생기는 것은 영양 공급에 의해 촉발된 유전자 때문이라고 전했다.
임신 중에 단백질을 많이 섭취할수록 ‘mTORC1’이라고 불리는 유전자가 활성화되는데, 이것이 얼굴 생김새에 관여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특히 “코의 길이와 콧구멍의 너비, 볼의 모양, 턱의 돌출부를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다만 출생 후 식습관 및 환경에 따라 얼굴 생김새는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앞서 가공식품을 먹은 산모가 태아에게 잠재적으로 유해한 화학 물질을 전달할 수 있다는 연구도 발표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