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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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불가능 ‘바다의 블랙홀’… 제주서 또 방파제 테트라포드 추락사

제주에서 50대 남성이 방파제 테트라포드 사이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5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37분쯤 제주 삼양동 방파제 테트라포드에서 50대 남성이 추락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방파제 테트라포드 추락 현장.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신고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는 심정지 상태였던 A씨를 구조해 제주시의 한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A씨는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제주에서 테트라포드와 관련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도내에서 20건의 테트라포드 사고가 발생해 13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고 4명은 목숨을 잃었다.

 

지난 5월 11일 낮 12시42분쯤 서귀포시 표선면 한 포구에서 낚시를 구경하던 70대 A씨가 3.5m 테트라포드 밑으로 떨어져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지난해 2월엔 서귀포시 새연교 인근에서 40대 남성 B씨가 실종된 지 3주 만에 테트라포드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낚시 구경을 하러 갔다가 테트라포드에서 미끄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테트라포드는 파도나 해일을 막는 용도로 바다에 쌓은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테트라포드 구조물에는 출입이 금지돼 있다. 바닷물이 수시로 닿으며 해조류가 달라붙어 미끄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구조물 사이로 떨어지면 손으로 붙잡거나 발을 디딜 곳이 없어 자력 탈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추락 시 골절 등 상처를 입거나 의식을 잃게 되면 신고가 어려울 수 있어 구조물 사이 공간을 ‘바다의 블랙홀’이라 부른다.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자 해양수산부는 2022년부터 파도의 직접 영향을 받거나 안전사고가 발생한 방파제 등을 출입통제 구역으로 정했다. 테트라포드가 쌓여있는 구역도 항만 내 위험구역으로 분류돼 출입이 통제된다. 제주도는 연안 사고예방법과 낚시관리 및 육성법 제55조에 따라 방파제 등을 출입통제 구역으로 정하고 위반시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또 제주해경은 연안사고 위험예보제를 도입해 방파제와 테트라포드 등 해안가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