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변호인을 통해 사과 의사를 밝혔다. 김 여사는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입장을 법률 대리인에게 전했다. 김 여사의 사과 입장은 지난해 11월 ‘명품가방 수수 논란’이 벌어진 지 7개월 만이다.
김 여사의 법률 대리인인 최지우 변호사는 25일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서 “(김 여사가) 지금까지 국민들한테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신 적이 없는데 수사를 받기 전 조서에 기재되지 않았지만, ‘심려를 끼쳐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라고 말씀드리고 성실히 조사에 임했다”고 했다.
이어 “(김 여사가) 사죄를 하고 싶다고 해도 정무적 판단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죄를 쉽게 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다만, 진심 어린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이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소환 조사해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대해선 “처벌 규정도 없는 사건에서 헌정사 최초로 현직 영부인이 직접 대면조사까지 받았다”며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 대부분 서면 조사 정도로 하는 것이 관행인데, 강제 소환할 법적 근거가 없어 검찰에서도 소환장을 보낼 수 없는 상황에서 (김 여사가) 적극 협조해 제3의 장소라도 대면 조사가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위해 엄청나게 많은 준비를 해왔고,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영부인이 성실히 응했다”고 했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명품가방 수수 의혹 조사를 시작한다는 사실을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지휘부에 늦장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검사들은 지난 20일 김 여사를 상대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조사를 마친 뒤인 오후 7시 40분쯤 이 지검장 등 지휘부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 조사 시작 사실을 보고했다고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지검 측은 '사후 보고' 이유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의 경우는 이 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배제돼 있어 보고 대상이 아니었고, 명품가방 수수 의혹 조사가 시작된 후 보고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조사 장소인 경호처 부속 청사가 통신이 제한돼 검사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했고, 중앙지검 지휘부와 실시간 소통이 어려웠다는 취지로도 해명했다.
이 지검장은 지난 22일 이 총장에게 경위를 대면보고 하면서 이 같은 사후 보고에 수사팀도 동의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작 수사팀은 이 총장에게 보고되기 한참 전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 조사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보고했다는 입장을 피력한 셈이다.
수사팀 검사들은 사후 보고에 동의한 사실이 없다고도 주변에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의 진상 파악 시도에 반발해 사표를 던졌던 김경목 부부장검사도 이 지검장에게 사후 보고에 대한 항의의 성격으로 “아귀가 무슨 할 말이 있겠냐”고 언급했다고 한다.
한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김 여사가 2020년 4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후 수사만 4년 넘게 진행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명품백 수수 의혹은 재미교포 최재영 목사가 2022년 코나바컨텐츠 사무소에서 김 여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명품백을 건넨 것에서 비롯됐다. 최 목사는 이를 촬영했고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는 김 여사가 명품백을 받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지난해 11월 공개했다.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같은 해 12월 윤 대통령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 등으로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