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군 신두리 사구에 가면 표범 무늬 도마뱀을 볼 수 있다. 배를 제외한 온몸에 내부는 황백색이고 가장자리가 흑색인 작은 반점이 퍼져 있어서 표범장지뱀이라 이름을 붙였는데 몸길이는 6~10cm로 사지가 잘 발달해 있고 큰 머리와 짧은 꼬리를 가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몽골과 중국, 러시아 등지에 널리 분포하며, 우리나라는 한때 전국에서 살고 있었으나 개체 수가 줄어들어서 2005년에 멸종위기야생동물 Ⅱ급으로 지정되었다. 현재는 충남 태안의 해안사구 지역을 비롯한 서‧남해안 사구의 모래톱이나 초지에 주로 살고 있고 내륙에서는 큰 하천의 충적토나 제방의 초지, 마사토가 풍부한 산림지역에서 드물게 관찰되기도 한다.
변온동물이라 주로 오전과 오후에 딱정벌레나 나비, 거미 같은 작은 곤충을 잡아먹고 무더운 한낮이나 추운 밤에는 땅속이나 풀숲에서 숨어지낸다. 몽골 경주자(Mongolian racerunner)라는 영어 이름처럼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7종의 도마뱀 중 이동속도가 가장 빠르고 민첩한 동물이다.
암컷은 5월에서 7월 사이 번식을 위해 뒷다리의 허벅지 안쪽에 11쌍의 서혜인공(femoral pore)을 통해 페로몬을 분비하며 수컷을 유혹하는데, 이때 수컷은 암컷을 입으로 물어 도망가지 못하게 붙잡은 후 암컷의 총배설강에 생식기를 넣어 수정한다. 교미가 끝나면 자신의 유전자를 지키기 위해 암컷 주변을 따라다니며 얼마 동안 보호한다.
짝짓기 후 한 달이 지나면 암컷은 2~3회에 걸쳐 3~6개의 알을 20~60cm 깊이의 모래 속에 낳는다. 40~50일 이후 부화하면 번식은 마무리되며 10월 말부터 이듬해 3월까지 땅속에 들어가 동면기를 보낸다.
표범장지뱀은 행동권이 매우 좁은 편이라 멀리 이동할 수 있는 조류나 포유류와 달리 개발로 인한 서식지 변화에 취약한 편이다. 환경부가 선정한 7월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개발로부터 사라져 가는 표범장지뱀에게 우리의 따뜻한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
도민석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