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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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자녀공제 5억원으로 대폭 상향…세수펑크 우려도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정부가 25년 만에 상속세 과세표준과 세율을 대대적으로 완화한다. 상속세 최고 세율을 현행 50%에서 40%로 인하하고 과세표준도 현행 5단계에서 4단계로 간소화한다. 상속세 자녀공제 금액은 기존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상향한다. 혼인신고한 부부를 대상으로 최대 100만원(1인당 50만원)의 세액공제가 신설되고, 기업의 출산지원금은 금액과 상관없이 전액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중산층 세 부담이 대폭 완화될 전망이지만 세수 펑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 정부, 상속세 개편…4조원 수준 세 감소 예상

 

정부는 25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57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세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사전 브리핑에서 “변화된 경제여건을 반영할 수 있도록 낡은 세제를 정비해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25년간 유지해온 상속세율 과세표준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먼저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등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상속세 개편에 나서기로 했다. 과세표준도 현행 5단계에서 4단계로 조정된다. 과표 구간은 현행 △1억원 이하 10% △5억원 이하 20% △10억원 이하 30% △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 50%에서 △2억원 이하 10% △5억원 이하 20% △10억원 이하 30% △10억원 초과 40%로 조정된다. 상속세 자녀공제액도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상향된다. 정부는 이번 상속세 과표·세율 조정에 따라 8만3000명이 2조3000억원가량 부담을 덜 것으로 내다봤다. 자녀공제에 따른 경감효과까지 4조원가량의 세 감소가 예상된다.

 

정부는 또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관련 세액공제의 적용 기한을 3년 연장하고, 중소기업을 졸업하더라도 기존 세제 혜택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했다. 

 

가업 상속·승계제도도 개선된다. 밸류업, 스케일업, 기회발전특구 창업·이전 기업에 대해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넓히고 한도도 2배 확대된다. 특히 기회발전특구 창업·이전 기업은 한도 없이 가업상속공제가 적용된다.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개정안도 마련됐다. 결혼세액공제가 신설돼 지난 1월1일∼2026년 12월31일 혼인신고한 부부에게 최대 100만원이 적용된다. 혼인으로 1세대 2주택자가 부부의 양도세 및 종합부동산세의 1가구 1주택 간주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다.

 

다만 이번 개편안에는 종합부동산세 관련 내용은 빠졌다. 종부세 개정은 막바지 논의에서 추진하지 않는 쪽으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 첫해인 2022년 큰 폭으로 완화한 데다 최근 들썩이는 부동산 시장 투자심리까지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는 2027년까지 다시 2년 유예하기로 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세법 개정안에 날을 세웠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윤석열정부는 여전히 부자감세 고집을 버리지 못하고 텅텅 비어가는 나라 곳간을 서민의 ‘유리지갑’으로 메우겠다고 한다”며 “정부의 눈에는 역대급 세수 펑크로 악화된 국가재정과 고통받는 국민이 보이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25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가 '정산 지연 사태'로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정부 티메프 사태 긴급 현장점검 돌입

 

정부가 ‘티몬·위메프 정산지연 사태’와 관련해 긴급 현장점검 및 조사에 들어갔다. 이들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발생한 미정산 금액이 최대 17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추가 피해까지 우려된다. 

 

정부는 이날 오전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관계부처 긴급 점검회의를 갖고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직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반은 오후부터 티몬과 위메프를 상대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이들 업체는 싱가포르 기반 전자상거래 업체 큐텐그룹이 운영하고 있다. 조사반은 두 업체로부터 정산지연 규모, 판매자 이탈현황, 이용자 환불 요청 및 지급상황 등을 실시간 확인하는 한편 자금 조달 및 사용계획을 점검했다. 아울러 전자상거래법상 대금환불 의무, 서비스 공급계약 이행의무 등 위반 여부 등도 살펴봤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언론에서 (미정산 규모가) 1600억∼1700억원으로 보도되는데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민원접수 전담창구를, 공정위는 한국소비자원에 전담 대응팀을 각각 운영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소비자원에 접수된 관련 상담건수는 23일 254건에서 24일 1300건으로 급증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정산을 위해 유입된 자금은 정산에만 사용될 수 있도록 은행 등 금융회사와 에스크로 계약 체결을 유도하는 등 판매자 보호를 위한 전자상거래 정산자금 관리체계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카드사나 결제대행업체(PG사)들이 1차적으로 소비자의 취소·환불에 응한 뒤 자금 정산은 티몬·위메프에게 받도록 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날 국내 8개 카드사 CCO(최고사업책임자)를 소집해 회의를 가졌다. 

 

주문한 상품을 환불받지 못한 소비자들은 전날부터 업체 본사로 몰려들었다. 친정 부모와 함께 여름휴가를 가려고 여행상품을 구매했다는 이모(38)씨는 “돈을 돌려받기 위해 포항 집에서 첫차를 타고 상경했다”며 “입금되기 전까지는 여기(위메프 본사)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모(47)씨는 “세 가족이 스페인·포르투갈에 가려고 여행 패키지를 700만원에 예약했는데, 여행사에서 취소 문자를 보내더니 환불은 위메프에 문의하라고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류화현 위메프 공동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사태에 사과하고 이날 중 소비자 환불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2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모습. 뉴시스

◆ 내수부진에 2분기 GDP 역성장 

 

올해 2분기 한국 경제는 1분기 대비 0.2% 뒷걸음질친 것이로 나타났다. 2022년 4분기(-0.5%) 이후 6분기 만의 역성장이다. 1분기 ‘깜짝 성장’(+1.3%)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지만,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5분기 연속 이어진 성장세는 멈춰 섰다. 

 

이날 한국은행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이 1분기 대비 0.2% 줄었다고 발표했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1.3% 감소했다.

 

역성장 원인을 살펴보면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했다. 내수는 1분기 때는 전기 대비 0.5%포인트 오르며 깜짝 성장을 이끌었지만, 2분기에는 -0.1%포인트로 돌아섰다. 내수의 주요 항목인 민간소비(-0.1%포인트), 건설투자(-0.2%포인트), 설비투자(-0.2%포인트) 모두 2분기 들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정부소비(0.1%포인트)만 유일하게 플러스로 나타났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부터 내수 흐름이 안 좋았는데, (올해) 1분기에 잠깐 반등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