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애를 먹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정부가 지원했던 돈 중 일부가 엉뚱한 곳으로 향했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심지어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도 흘러간 사실이 확인됐다.
26일 감사원의 '소상공인 등 지원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3조2300억원 가량이 취지와 다르거나 요건에 맞지 않게 지원됐다.
이에 앞선 지난 2020~2022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코로나19로 소상공인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자 현금지원사업과 정책자금대출을 실시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은 소상공인법 제21조 등에 따라 중기부로부터 재난지원금 지급업무를 수탁했다.
당시 현금지원사업에는 7차례 재난지원금 합계 52조9000억원, 4차례 손실보상금 합계 8조5000억원 등 총 61조4000억원이 투입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대포통장 개설 등에 활용된 21개 유령법인에 지급한 재난지원금은 총 8000만원으로 조사됐다.
일례로 소진공은 2021년 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15회에 걸쳐 보이스피싱에 활용된 5개 유령법인에 2400만원을 지급했다. 해당 법인들은 수사를 거쳐 법원으로부터 해산명령을 받았지만, 소진공은 감사가 진행된 2023년 12월까지 해당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2020년 7월13일부터 2021년 1월28일까지 16개 법인이 5640만원을 부정 수급한 내용 역시 소진공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소진공은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사협조 요청을 받고 형사 사건이 진행되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는데도 해당 사건의 수사결과 및 판결을 추적관리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임대업자와 골프장운영업자, 방문판매업자 등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해당 업종들은 국민정서상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정책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 6880개 사업자에게 지원된 금액은 총 535억7100만원이다.
경기도 구리시에서 수영장을 운영하던 A씨는 2016년 1월 수영장을 타인에게 임대한 후 사업자등록증상 주업종을 '부동산업 및 임대업전대'(부동산임대업)로 변경했다. 2020년 10월29일에는 수영장을 다시 본인이 직접 운영하고자 ‘수영장업'을 주업종으로 하는 별도의 사업자 등록을 완료, 동일한 장소에 2개의 사업자등록번호를 갖게 됐다.
중기부와 해당 지자체는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채 신속지급 대상자로 중복 선정했고, A씨는 3~6차에 걸쳐 총 1300만원을 부정수급했다.
감사원은 "중기부는 '사후관리 기본계획'에 따라 재난지원금 지급의 적정성을 점검하는 등 사후관리 업무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며 "소진공으로 하여금 재난지원금 지원대상이 아닌 범죄를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및 방역조치 이행을 사유로 재난지원금을 지급받은 부동산임대업자 등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 후 관계 법령에 따라 고발, 환수 등의 적정한 조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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