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유의 장미’는 인물들이 서로 싸우고 화해하면서 다른 대상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인 작품입니다. 원작 만화를 너무 사랑해서 기대하고 오시는 관객 분들은 원작과 내용이 좀 달라 아쉬워할 부분도 있겠지만, 시간 ‘순삭’(순식간에 삭제) 할 정도로 아주 만족하실 겁니다.”
지난 16일 개막한 창작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주인공 ‘오스칼’ 역으로 열연 중인 옥주현(44)은 관객들이 좋아할 작품이라며 자신있게 말했다.
25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일본 작가 이케다 리요코의 동명 인기 만화가 원작이다. 세계적으로 2000만부 이상 팔리고 TV·극장판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로도 제작된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가 성공한 데는 오스칼의 매력과 무관치 않다. 여자로 태어나 남자로 살아야 했던 오스칼이 긴 금발을 휘날리며 칼싸움을 하고, 강자에 맞서 약자 편에 서는 모습에 특히 전 세계 청소년 독자를 중심으로 오스칼 팬이 양산됐다.
왕용범이 연출·작사·극작하고 이성준이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은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프랑스 혁명 당시 베르사유 궁전을 지키는 근위대장 오스칼이 귀족의 민낯을 마주하며 겪게 되는 일을 그린다. 작품은 딸만 내리 얻던 자르제 장군이 군인이라는 가업을 잇게 하려고 갓 태어난 막내딸 오스칼을 아들로 둔갑시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세월이 흘러 오스칼은 아버지가 정한 운명대로 근위대장에 임명돼 왕실에 충성을 바친다. 그러나 특권 의식이 만연한 귀족 사회와 이들의 수탈로 굶주리는 백성을 보면서 자신이 지켜야 할 국가란 과연 무엇인지 혼란에 빠진다. 오스칼이 여자란 사실을 눈치챈 부하로부터 사랑 고백을 받은 뒤에는 정체성 고민까지 더해진다. 자기 인생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에 의해 결정된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마침내 오스카는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나가기로 다짐한다.
자르제 가문 하인으로, 신분 차이 때문에 오스칼을 향한 마음을 숨기지만 그녀 곁을 그림자처럼 지키는 ‘앙드레’도 비중있게 그려진다. 다만 원작 만화와 달리 뮤지컬은 오스카와 앙드레의 사랑 이야기보다 격변기 오스칼의 성장에 더 초점을 맞췄다. 옥주현은 “진정한 진실과 정의, 그것을 찾아가는 사람의 인간애에 중점을 둔 작품”이라며 “이 작품의 배경은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격동의 시기였고, 오스칼의 종착지는 프랑스 국민들 곁이었다. 다수를 위해 누군가 용기를 내 희생하는 삶에 대해 (관객분들이)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첫 공연을 관람한 이케다 리요코는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를 통해 “음악이 무척 아름답고 출연 배우들 가창력이 훌륭했다”며 “영상과 무대 디자인 조화도 절묘했다. 원작자로서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에 매우 만족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스칼 역은 옥주현과 김지우·정유지가, 앙드레 역은 이해준·김성식·고은성이 번갈아 맡는다. 혁명정부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민중의 영웅 ‘베르날 샤틀레’는 박민성·서영택·노윤이, 마리 앙투아네트의 총애를 받아 권력을 손에 쥐는 ‘마담 드 폴리냑’은 서지영·리사·박혜미가 연기한다. 공연은 10월 1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