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기고]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이 필요한 이유

“왜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 세무사 자격을 받아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면 세무사 자격을 받는다는 얘기를 듣는 분들이 으레 물어보던 질문이다.

 

우리나라의 세무사 제도는 1961년 9월9일 제정된 세무사법에 따라 도입되었다. 당시 세무사의 자격을 부여하는 규정인 제3조의 제1호는 변호사였다. 그 다음 현재의 공인회계사인 계리사를 제2호로, 세무사시험 합격자를 제3호로 정하면서 가장 선순위로 변호사를 두었던 건, 세무 대리 업무가 변호사의 고유 업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박병철 서울지방변호사회 사무총장

적은 수의 변호사가 급증하는 기업의 기장 대리 업무를 모두 처리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송행위를 제외한 기장 대리 등 실무 업무를 할 수 있는 세무사라는 자격을 만들고 대신 변호사에게는 자동으로 자격을 부여해 왔다.

 

이처럼 세무사 제도는 세무사시험에 합격한 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변호사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후 세무사시험 합격자를 조금씩 우선하는 방향으로 개정되다가, 급기야 2017년에는 변호사에 대한 자격 부여를 박탈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세무사 자격을 박탈당하자, 질문은 “왜 변호사가 세무사 업무를 하려고 하나요?”로 바뀌었다. 이에 관한 답변을 하려면 우선 외국의 제도를 살펴볼 수밖에 없다. 가장 가까운 일본은 변호사에게 세리사(우리의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하고, 비변호사는 2년간의 실무 경험이 있어야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미국과 독일은 누구든 기장 대리 업무를 할 수 있게 하되, 대리 업무는 변호사가 수행하도록 한다. 현재 변호사가 기장 대리를 할 수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한국을 제외한 어느 나라에서도 변호사가 세무 전문가임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이유는 기장 업무를 바탕으로 납세 신고 대리, 세무 조정, 성실 신고 확인 의무 그리고 과세처분에 대한 이의 제기, 심판 그리고 소송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조세 행정 및 권리 구제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호사의 구체적인 업무에 대해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하지 않고, 단지 직역 이기주의로 몰아간 결과는 참혹하다. 세무 업무의 최종 단계인 쟁송을 담당하지 못하는 세무사와, 세무 업무의 최초 단계인 기장 대리를 하지 못하는 변호사로 양분해 버린 세계 유일의 비정상적 제도를 만들고 만 것이다. 아울러 유일하게 세무 상담부터 조세 소송까지 원스톱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전문 직역(변호사)을 국민적 선택지에서 배제하게 만들어, 소비자 후생을 감퇴시키고 말았다.

 

변호사는 사회 전체에 존재하는 모든 전문 분야를 조금씩 나누어 담당하고 있는 전문가이다. 세무 업무도 당연히 그 전문 분야의 하나이기에, 변호사는 세무 업무의 전문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박병철 서울지방변호사회 사무총장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