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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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산 추세’지만 그래도 초산의 적정 산모 나이는 30대초

44세 넘어가면 산모 합병증 뿐 아니라 출생아 자폐·뇌성마비 위험도 증가

첫 아이를 낳는 가장 적정 시기는 30대 초반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오수영·성지희 교수, 임상역학연구센터 조주희·강단비 교수 연구팀은 2005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15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토대로 첫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된 368만 5817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산모를 나이에 따라 25세 미만(15만 3818명), 25~29세(84만 5355명), 30~34세(173만 8299명), 35~39세(78만 7530명), 40~44세(15만 1519명), 44세 초과(9296명)로 나눴다.

 

그 결과 첫 아이를 출산하는 산모의 나이는 갈수록 증가했다. 고위험 임신의 기준이 되는 35세 이상 초산모는 2005년 18.15%였으나, 2019년에는 38.42%로 두 배 더 많아졌다. 이는 40대 이상에서 두드러졌다. 40~44세 초산모는 2005년 기준 15.96%에서 2019년 30.44%로 2배 가량 늘었다. 44세 이상 초산모도 2005년 2.06%에서 2019년 7.47%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첫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는 시기가 늦춰지면서 그에 따른 임신합병증 위험도 덩달아 커졌다. 초산모 연령의 증가에 따라 임신성 고혈압 발생률과 제왕절개 수술률도 비례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임신성 고혈압 발생률은 25세 이하에는 2.5% 였으나, 44세 이상에는 10.2%로 4배 가량 높았다. 제왕절개 수술률도 25세 이하에서는 29.5%였으나 44세 이상에서는 74%로 큰 차이를 보였다.

 

조산 원인이면서 분만 시 대량 출혈을 일으키는 전치태반 발생 역시 25~29세에 비해 35세 이상에서는 2배, 40세 이상에서는 3배 가량 증가했다.  

 

조산 위험도 높았다. 25세~29세 기준으로 조산의 상대 위험도가 30~34세에서 7% 증가했으나 35∼39세는 26%, 40∼44세는 55%, 44세 이상은 85%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초산모 연령에 따라 출생아에게 미치는 장기적인 예후도 달랐다. 출생아의 질환별 발생 위험을 추적관찰기간(중앙값 10.4년) 동안 살펴본 결과 자폐와 뇌성마비가 산모 나이에 따라 증가했다. 25~29세에 비해 자폐는 40~44세에서 29%, 44세 이상에서는 50% 이상 증가했다. 뇌성마비 역시 40∼44세 출산에서 29%, 44세 초과인 경우 54%로 위험도가 커졌다.

 

이를 종합해 연구팀은 첫 번째 임신의 최적 출산 연령을 30대 초반으로 꼽고, 이 시기를 넘어서면서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산모 및 출생아의 위험도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오수영 교수는 “산모 연령 증가에 따른 조산 및 장기 예후에 대한 영향은 최근 여성들이 선택하는 난자 동결과 같은 방법만으로는 대처가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 연구”라며 “건강한 임신을 위해서는 ‘자궁 내 환경’이 중요하고 이는 토양과 같다. 임신 합병증뿐만 아니라 출생아의 장기 예후도 산모 나이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만큼 적정 시기에 맞춰 출산할 수 있도록 부부가 함께 계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출생아의 장기 예후에 관여하는 요소에는 산모의 나이 뿐 아니라 남편의 나이도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해외 연구들에서 잘 알려진 부분”이라며 “국가 빅데이터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나이를 같이 분석할 수 없었던 것이 이 연구에서 아쉬운 점”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산부인과학회지’ 최근호에 게재됐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