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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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홈’ 이응복 감독 “인간의 욕구 없애는 게 답일까요”

Sweet Home S3(L to R) Ko Min-si as Lee Eun-yu, Song Kang as Cha Hyun-su in Sweet Home S3. Cr. Kim Jeong Won/Netflix © 2024

“인간의 욕망으로 지구가 들끓고 아파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과연 욕망을 거세하는 게 좋은 방식이냐, 거세된 욕망을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구원할까, 구원하면 다시 욕망이 생겨 망가지는 거 아닌가. 이런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지난 19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3을 공개하며 4년여의 여정을 마무리한 이응복 감독은 끝까지 견지한 주제의식으로 ‘인간의 욕망’을 들었다. 2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은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걸 좋아한다”며 “(스위트홈에서 던진 질문에) 정답은 없지만 같이 고민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3. 넷플릭스 제공

‘스위트홈’은 ‘오징어 게임’에 앞서 한국 드라마를 세계에 알린 작품이다. 2020년 시즌 1은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시청 순위 10위권에 들었고, 8개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시즌2와 시즌3에 대한 시청자 평가는 시즌1만 못하다.

 

이 감독은 “작품에는 시대를 넘어선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장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쓴소리도 달갑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를 소비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스위트홈'은 두고두고 보면서 재미를 곱씹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다”며 “연출자로서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내놓았다”고 밝혔다. 

 

시즌2에 대한 비판은 시즌3 편집 과정에 반영했다. 이 감독은 “시즌2에서 룰이나 숨겨진 이야기 등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아서 이야기가 답답하다는 인상을 줘서 이를 풀려고 노력했다”며 “시즌2에서 쌓아놓은 걸 풀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관 측면에서 사람이 괴물이 된 후 고치가 됐다 신인류가 되는 게 타이틀 그래픽에 들어가 있다”며 “세계관 설명에 많은 장면을 할애하고 주인공을 통해 이를 따라갈 수 있도록 그래픽 면에서 많이 고민했다”고 전했다. 

 

괴물의 변이 과정에서 ‘고치’라는 형태를 선택한 데 대해서는 “기독교적으로 선악과를 생각했다”며 “이들이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을 때는 윤회라 여겼다”고 말했다.

 

‘스위트홈’ 시리즈를 연출한 이응복 감독. 넷플릭스 제공

이 작품은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이 감독은 “원작의 이야기는 시즌1 때 거의 소진돼 이를 확장시켜 시즌 2·3을 만들었다”며 “웹툰 원작자가 ‘스위트홈’에 쓰려고 그린 ‘엽총소년’ 등 다른 작품들이 있어서 이를 기반으로 작가님과 시즌2, 3의 기본 설계와 캐릭터의 원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스위트홈과 함께 한국의 시각특수효과(VFX) 기술은 괄목상대라 할 정도로 성장했다. 초반에는 특수효과 구현 방법을 해외에 물었지만 이제는 해외에서 역으로 한국 제작진에 노하우를 물어온다고 한다. 이 감독은 “VFX 업체 입장에서는 이 작품을 하는 것만으로 성장”이라며 “(이 정도 특수효과를) 안 해본 이들이 태반이라 엄청난 경험이었다. 이들과 대면해서 이야기해보면 너무 신나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 시리즈에 참가한 컴퓨터그래픽(CG) 인원만 해도 200명이 넘는다”며 “이 작품은 한국의 순수 CG 기술력으로 만들었다는 가치가 (제대로) 평가돼야 한다. 다소 아쉬운 부분은 다음 작품에 반영돼서 훨씬 좋은 퀄리티로 나올 것 같다”고 기대했다. 

 

‘스위트홈’의 또다른 특징은 신인 배우 기용이다. 주연인 송강, 이도현, 고민시 등은 모두 시즌1 당시 신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일부 중견 배우를 제외한 배우 캐스팅은 철저히 오디션에 기반해 이뤄졌다.

 

이 감독은 “대본 리딩하면서 배우가 대사, 분위기에 잘 맞는지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은혁 역은 영적이고 소시오적 성향을 가져서 아무나 연기로 표현할 수 없는데 이도현 배우는 5분 만에 금방 하더라”라며 “고민시 배우와도 서로 얘기하는데 ‘(이 역할) 너 해’ 이런 말이 절로 나오더라. 시즌1때 신인 배우들이 모두 그랬다”고 전했다. 

 

시즌1때 함께한 신인 배우들은 이후 시즌2·3때 훌쩍 성장해 돌아왔다.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그랬다. 이 감독은 “송강 배우는 시즌1 찍고 다른 작품을 촬영한 다음에 시즌2에 돌아오니 많이 성숙해졌더라. 시즌1때는 개구쟁이 같았다. 자기 분량 찍고 나면 옆에 가서 쫑알 대고”라며 “그렇게 장난기 있던 친구가 시즌2때는 현수의 감정에 살고자 집중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도현 배우도 마찬가지였다”며 “둘 다 엄청 장난기가 많다. 시즌2에 만났을 때는 어른이 돼서 제가 선배님을 모시고 찍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KBS 28기 PD 출신인 이 감독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 무수한 성공작을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성공 비결에 대해 “운이 좋은 것 같다”며 “KBS에서는 맡겨진 걸 하게 됐고 제작사에 와서도 기획된 걸 했다. ‘스위트홈’도 다른 피디의 추천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위트홈’이 인간의 욕망을 다뤘다면, 감독으로서 자신의 욕망은 무엇인지 묻자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조연출 때로 돌아가서 선배들 연출하는 것 보고 혼내고 싶어요. 지금 상태로 어려져서 조연출을 하고 싶어요. 좀 많이 배우고 ‘야지’(핀잔)도 놓고 기자들하고 술도 마시면서 연출 뒷담화도 하고. 옛날에 이렇게 많이 했어요. 원래 조연출이 연출 뒷담화 많이 해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