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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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박빙 구도에 트럼프 ‘선 넘는 비방전’ 나서나 [뉴스+]

해리스 신속한 세몰이에 당혹…트럼프 캠프, ‘인종·성’ 공격 만지작
트럼프와 막상막하 해리스…청년층·유색인종 표심 쏠림은 뚜렷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구원투수’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인기가 치솟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대다수 경합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며 바이든 대통령의 열세를 만회해가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왼쪽),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 진영으로서는 그간 무색무취로 여겨지던 부통령이 갑자기 강력한 대선후보로 입지를 굳혀가는 모습에 전략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공화당 미네소타주 지구당 부위원장을 지낸 마이클 브로드코브는 “공화당원들이 말 그대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처지”라며 “조 바이든을 상대하길 간절히 원했지만 해리스가 들어와 전략이 다 뒤집어졌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극우세력이라는 점 등을 들어 이런 전략이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한 인종주의적, 성차별적 공세로 확장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언론감시 단체인 ‘미디어 매터스’(MMfA)의 데이비드 브록 회장은 “다급해진 트럼프 진영에서 만지작거리는 무기가 인종과 성”이라고 지적했다. 브록 회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해리스가 다양성 때문에 부통령에 뽑힌 사람이었고 민주당이 인종과 성 때문에 해리스에게 집착한다는 공격이 지금 바로 나오고 있다”며 “이는 해리스의 대통령직 자질을 깎아내리려는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인종과 성에 대한 공격은 선거철에 등장하는 극우세력의 교과서적인 전략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둘러싼 미국 외 출생 의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둘러싼 여성비하 발언 등이 그 사례로 거론된다. 여성권 신장과 민주주의 발전을 지향하는 초당적 슈퍼팩인 ‘세네카 프로젝트’의 타라 세트마이어 공동설립자는 “공화당이 인종, 성 카드를 들고나올 게 분명하다”며 “이미 소셜미디어에서 그런 공격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마가(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가 흠뻑 취할 소리이겠지만 대선결과를 좌우할 경합주에 있는 중도 유권자에게는 찬물 끼얹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NYT는 해리스 부통령의 등판 후 며칠 만에 트럼프 선거운동이 언론 헤드라인, 주요 관심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이 과거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 “자식없는 여성”이라고 공격한 발언이 뒤늦게 온라인에서 다시 확산하면서 거센 역풍을 일으키는 상황이다.

 

최근 미 매체의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유력한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행보를 시작한 이후 공화당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과 2∼3%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막상막하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34세 이하 젊은 층 유권자들과 흑인, 히스패닉계 등 소수인종의 지지율이다. 이 유권자층은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되는 데 힘을 실어줬지만, 올해 대선을 앞두고는 상당 부분 트럼프 쪽으로 기울고있었다.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으로 대선 주자가 교체되면서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 다시 결집하는 모습이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