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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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 등재 추진 철회 결의안’ 주도 박수현 “日 약속 믿을 수 없다”

“일본, 2015년 약속도 아직 안 지켜
확실·똘똘한 합의 없다면 등재 안 돼”
세계유산위 직전 결의안 통과 아쉬움도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26일 한국·일본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일본의 약속을 이번에도 믿을 수 없다”며 반발했다. 박 의원은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일본 정부의 사도 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철회 및 일본 근대산업시설 유네스코 권고 이행 촉구 결의안’의 대표 발의자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 뉴스1

박 의원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일본은 2015년 근대산업시설 23개소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때 했던 약속을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당시 군함도 등의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하면서 조선인 강제동원 등을 포함한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해석 전략 마련을 권고했으나, 일본 측이 여전히 권고에 따르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박 의원은 이를 근거로, 일본이 사도광산 등재를 위해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한국의 요구를 수용한 것 역시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우리 외교부는 일본과 유네스코 측에 2015년의 약속을 확실히 이행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며 “이번에 (사도광산을) 등재하는 것도 2015년처럼 두루뭉수리로 합의해 (일본이) 약속을 어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본과) 확실하고 똘똘하게 합의하지 않는다면 (사도광산 등재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간 합의가 막판에 이르렀다며 “내일 회의에서 한·일 간 투표 대결 없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는 27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46차 회의에서 결정된다.

 

관례상 한국을 포함한 21개 회원국 전체의 동의로 등재가 결정되는데, 일본이 ‘조선인 강제노동 등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는 한국 측 요구를 수용함에 따라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등재가 확실시된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이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철회 촉구 결의안’ 통과 사실을 알리며 일본의 ‘꼼수 등재’ 저지를 촉구하며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동영상. 박수현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날 아사히신문은 사도광산에 일제강점기 한반도 출신을 포함한 노동자들이 일했던 사실을 알리는 시설을 세우는 방향으로 한·일이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에는 2015년 군함도 등재 시와는 달리 일본의 이행 약속만 받은 게 아니라 구체 내용에 합의하고 실질 조치를 끌어냈다”고 강조했는데, 강제동원 시설물 전시 약속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여야 대치 상황에서 본회의 일정이 지연돼 ‘사도광산 등재 추진 철회 결의안’이 세계유산위원회 회의 직전에야 처리된 것에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진작 본회의가 열려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면 국회 이름으로 일본과 유네스코 측에 결의안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본회의 일정이 계속 안 잡혀서 6월18일 상임위(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처리된 결의안을 지난 20일쯤 일본 외무성과 유네스코 측에 보내둔 상태”라고 말했다.

 

결의안은 전날 본회의에서 재석 225명 전원이 찬성돼 가결됐다. 결의안은 일본 정부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재신청에 심각한 유감을 표명하고, 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정한 반성과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리 정부에는 일본 정부가 201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군함도 등 일본 근대산업시설과 관련한 약속과 후속조치를 이행하기 전까지 사도광산 등재 추진 철회를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0년 일본 도쿄에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에 강제동원과 민족차별을 부정하는 내용의 증언과 자료만 전시된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에 시정을 요구하는 내용도 결의안에 담겼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