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안 하거나 배우자가 있어도 자녀는 없는 이들이라면 ‘요즘도 돌잔치가 있어’ 하고 궁금하게 여길 법하다. 저출생으로 신생아가 급격히 감소해 돌잔치에 갈 일이 줄어들었을 뿐 돌잔치 자체는 여전히 한다. 아이가 하나뿐인 가정이 대부분이라 그런지 잔칫상도 예전보다 더 성대하게 차린다는 소문이다. 다만 학교 친구나 선후배는 물론 직장 동료까지 돌잔치에 초청하던 관행은 사라졌고, 이제는 부부와 양가 가족 정도만 모여 생후 1년 된 아기의 앞날을 축복하는 듯하다.
돌잔치의 핵심은 돌잡이다. 돌잔치 당일 상 위에 여러 물건을 갖다 놓고 아이로 하여금 하나를 고르게 하는 일종의 의식이다. 어른들은 애가 책을 만지면 이 다음에 커서 학자, 붓을 집으면 한석봉 같은 명필가가 될 것이라며 웃음꽃을 피운다. 길쭉한 실을 선택하면 장수를 누릴 것이라 하고, 돈이나 쌀에 손이 가면 백만장자가 될 운이라 여긴다. 돌잡이 상에 오르는 물품 중엔 ‘법봉’(法棒)으로 불리는 나무 망치도 있는데, 이것을 잡으면 나중에 판사가 된다고 해서 어른들이 좋아한다. 다만 우리나라 법원에서 판사가 재판을 할 때 나무 망치를 두드리는 일은 없다. 국무회의나 국회 본회의 및 상임위원회 회의 때 대통령, 국회의장, 상임위원장 등이 나무 망치를 사용한다. 그러니 법봉 말고 ‘의사봉’(議事棒)이 옳은 표현이다. 돌잔치 날 아이가 나무 망치를 집는다면 법조인 아니고 정치인이 될 징조로 보면 되겠다.
돌잔치도 결혼식처럼 참석자들이 축의금을 낸다. 예전에는 금반지를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현금이 더 많다. 받는 사람 입장에선 돈보다 여전히 금반지 선물이 더 마음에 드는 듯하다. 2022년 9월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수 장윤정이 ‘아들 돌잔치 때 받은 금반지가 어마어마하게 많아 골드바로 만들었다’는 취지의 말을 해 커다란 화제가 됐다. 실제로 유명인들은 방송에 출연해 자녀 돌잔치에 들어온 금반지가 몇 개인지 공개하며 자랑하곤 한다.
이 돌잔치 선물이 느닷없이 정치 무대로 소환됐다.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이숙연 대법관 후보자가 “요즘은 아이가 돌일 때 금반지 대신 주식을 사 준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후보자의 두 자녀는 10살도 되기 전 아버지 돈으로 비상장 주식을 300만원씩 샀다가 지난해 처분해 13배 넘는 차익을 남겼다. 이에 의원들이 ‘알짜 황제 주식’ 운운하며 비판하자 이 후보자가 돌잔치 때 금반지 말고 주식이 더 좋은 선물이란 취지로 항변한 것이다. 당장 “부적절한 발언”이란 의원들의 질책이 쏟아졌고 이 후보자는 결국 “평점심을 잃은 것 같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잘못된 답변”이라고 시인했다. 평정심이란 ‘감정의 기복이 없이 평안하고 고요한 마음’을 뜻한다. 판사한테 가장 필요한 자질이 바로 평정심인데 대법관이 되겠다는 이가 평정심을 잃다니, 그저 걱정이 앞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