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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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번째 한강 다리, 고덕대교? 구리대교?… 지자체 ‘명칭 전쟁’ [주말, 특별시]

구리시 주장 조목조목 반박 나선 서울 강동구

경기 구리시가 33번째 한강 다리 명칭을 ‘구리대교’로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서울 강동구(구청장 이수희)가 26일 “강동구민의 염원인 ‘고덕대교‘ 명칭을 끝까지 사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서울 강동구민들이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 앞에서 연 집회에서 33번째 한강 교량의 명칭을 ‘고덕대교’로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동구 제공

강동구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 전날 언론에 보도된 구리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강동구는 ‘광역교통개선분담금은 세종~포천고속도로 사업비가 아니다’라는 구리시의 주장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홈페이지 등 고덕강일공공주택지구 분양가 공개서를 통해 분양가격에 분담금(532억원)이 포함됨을 확인했으며, 분담금은 고덕강일지구 광역교통개선대책의 일환으로 세종~포천고속도로 건설사업 14공구 중 강동고덕IC 통합설치비용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강동고덕IC는 세종~포천고속도로 건설의 일부이며 강동구민뿐 아니라 해당 고속도로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국가기간시설로, 구민의 분담금 납부로 건설된 게 명백한 사실”이라고 했다.

 

구리시가 ‘교량의 87%가 행정구역상 구리시에 속하기 때문에 (다리의 명칭이) 구리대교로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강동구는 ”국가지명위원회 소관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명업무편람 내 ‘지명업무기준’에 행정구역상 점유면적에 따른 명칭 제정 규정이 없는 것으로 볼 때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한강교량 31개 중 12개가 행정구역상 50% 미만 면적을 점유한 지방자치단체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동구는 ‘교량이 위치한 구리∼포천고속도로와 서울∼세종고속도로의 시점부와 종점부가 구리시 토평동’이라는 구리시의 주장에 대해선 “2016년 10월19일 구리∼포천고속도로와 서울∼세종고속도로를 합쳐서 노선번호를 제29호로 지정하고 세종∼포천고속도로라고 명명함에 따라 고속도로의 시점부와 종점부를 구리라고 주장하는 것 또한 사실과 다르다”며 “교량의 시점부는 강동구 고덕동”이라고 재차 역설했다. 구리시가 전날 ‘2개 지자체를 연결하는 한강 교량 명칭은 관례적으로 양 지자체의 지명을 순차적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는 “서울 지명사전에 따르면 한강 교량의 명칭은 당시 시대적·지역적 상황을 고려해 제정됐음을 알 수 있다”며 “구리암사대교와 미사대교 명칭 제정 때는 자자체간 갈등을 중재하는 과정을 거쳐 명칭이 제정된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러면서 강동구는 “구리암사대교의 경우 2007년 기공식까지 ‘암사대교’로 지칭했으나 구리시가 ‘구리’를 넣어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고, 구리시 구간의 도시계획시설사업(도로, 광장) 실시계획인가를 지연시켜 사업 추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며 “이로 인해 2008년 8월 서울시 지명위원회에서 구리시가 제시한 구리암사대교를 교량 명칭으로 제정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구는 “미사대교의 경우도 당시 경기 남양주시는 덕소대교로, 하남시는 미사대교로 주장했는데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가 2008년 10월 서울국토관리청 시설물명 선정자문위원회에서 세 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투표에 부쳐 미사대교로 최종 확정된 것”이라며 순차적 결정이 아니었다고 거듭 역설했다.

 

강동구는 구리시가 구리암사대교와의 혼돈을 우려해 ‘토평대교’라는 대안을 제시한 것을 겨냥해선 “구리라는 명칭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며 인근 강동대교에 있는 토평IC와 혼돈을 유발할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앞서 구리시는 전날 7월 4주차 정례브리핑에서 이 같이 주장하며 “33번째 한강 횡단교량 명칭은 대다수 국민 시각에서 합리적이고 합당한 기준으로 정해져야 한다”면서 “구리대교 명명이 합당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구리시가 주장하는 정량적 기준인 행정구역 범위의 다소, 교량 명칭의 지역간 형평성은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명업무편람’에 근거한 명칭 제정의 근본적인 고려 대상도 아니다”라며 “고덕대교가 국가지명위원회 명칭으로 재상정 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지리정보원 국가지명위는 지난 18일 회의에서 두 지자체의 입장을 듣고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다음 회의로 결정을 미뤘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