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추진 중인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결정을 하루 앞두고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열렸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계기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무대신과 26일(현지시간) 양자회담을 갖고, 한·일 관계 현안 및 북한 문제 등을 협의했다.
이날 회담에 앞서 일본 언론은 27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결정이 예상된다고 보도했고, 우리 정부는 사도광산 등재에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요구한 ‘전체 역사 반영’ 조건을 일본이 수용함에 따라 등재에 동의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어려운 과정 끝에 가까스로 한·일 합의가 막판에 다다랐다”며 일본이 조선인 노동자가 대규모 동원된 사도광산의 역사를 모두 반영할 것을 약속하며 실질 조치를 이미 취함에 따라 등재 동의 방침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일본 군함도 등재 때와 달리, 이행 약속만 받은 게 아니라 이행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합의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이끌어낸 점이 강조되기도 했다. 9년 전 일본은 군함도 등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때 전체 역사를 알리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전력이 있다.
한·일 양국이 사도광산 관련 치열한 협상의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이날 양국 장관은 5개월 만의 두 번째 회담을 가졌다. 사도광산에 대한 협의 결과를 양 장관도 공유하고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한국 입장에서 2015년 때보다 분명 진전된 협의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 장관이 지난 나토 정상회의 계기 등에서 북한의 도발, 러·북 밀착에 양국이 긴밀히 공조한 점, 국제사회에서 단합된 목소리를 낸 것 등을 평가하며 아세안을 비롯한 향후 국제 다자회의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 성명에서 북·러 밀착 관련 내용이 담기는지 여부 등과 관련돼 관심을 모았다.
북·일간 만남 추진 관련 내용은 이날 양자회담에서 특별히 거론되지 않았으나 납치자 문제에 대한 일본측의 언급은 간략히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5개월만에 두 번째 회담을 가진 양 장관은 올해 양국이 2차례의 정상회담을 포함해 각급에서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면서 안보, 경제, 산업,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 협력이 진전되고 있음을 평가했다.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은 모두발언에서 “국제 사회가 역사의 전환점에 놓인 가운데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을 유지 강화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산적한 과제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도 일한 간 공조는 더더욱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조 장관 역시 “세계 평화와 안보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지금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한·일 양국이 협력하고 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우리는 매우 소중한 파트너”라며 “엄중한 국제 정세에 양국이 함께 대처할 협력 방안을 논의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양 장관은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상호 관심사에 대해 지혜를 계속 모아 나가자고 했다. 특히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외교당국간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하고, 양국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들을 발굴해 나가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