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인 2014년 7월 27일 이른 오전 울산광역시 남구 삼산동 소재의 버스정류장에서 A 양(만 18세)이 일면식 없는 20대 남성에게 흉기에 찔려 무참히 살해됐다.
A 양은 친구들과 밤새 생일파티를 마치고 오전 6시 귀가하기 위해 쇼핑몰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최초 목격자는 아침 식사를 위해 차를 타고 이동 중인 한 회사 직원들이었다. 길 건너편에 있던 이들은 범행을 목격하고 재빨리 신고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던 A 양을 발견했다. 목격자 중 한 명은 도망가는 범인을 쫓아 현장에서 500m 떨어진 거리에서 붙잡았다. 범인은 출동한 경찰에 의해 긴급 체포됐다.
칼에 찔린 상처가 무려 31곳에 달했던 A 양은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양쪽 폐와 간이 손상되고 출혈이 심해 저혈량성 쇼크사로 결국 사망했다.
◇"혼자 죽기는 그렇고 같이 죽어야 해서 살인"…홧김에 범행 주장
살해범은 당시 스물세 살이었던 장성환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평소 대한민국이 싫었다" "나 혼자 죽기는 그렇고 누구 하나 같이 죽어야 해서 살인을 저질렀다"라고 진술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사건 전날인 26일 별거 중인 아버지와 만나 오후 8시부터 중구 소재의 식당과 주점, 노래방 등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
장성환은 "아버지가 나이를 먹도록 돈도 안 벌고 뭐 하는 거냐"며 남과 비교하며 잔소리했고,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수시로 직장을 그만두는 자기 모습에 화가 났다고 주장했다.
아버지와의 술자리 끝에 귀가한 장성환은 집에 있던 흉기를 챙겨 가방에 넣고 나와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흉기는 전체 길이 30㎝에 날 길이만 18㎝에 달했다.
주위를 둘러보던 장성환의 시선에 버스를 기다리던 체구 작은 여대생이 시야에 들어왔고 망설임 없이 다가가 흉기를 휘둘렀다.
장성환은 "무슨 일을 하려고 해도 되는 일이 없어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고 편의점에 가면서 흉기를 가방에 넣어 나왔다"라고 진술했다.
범행 이유를 묻자 "대한민국이 싫다. 나 혼자 죽기는 그렇고 누구 하나 같이 죽어야 해서 죽였다"라고 답했다.
◇정신감정서엔 '사물 변별, 의사결정능력 미약'…검사 '사형' 구형
장성환은 사건 당일 만취 상태였다며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감정유치를 신청했고 장성환에 대한 정신감정이 이루어졌다.
법무부 소속 의사가 작성한 장성환에 대한 정신감정서에는 "당시 장성환은 만취 상태로 사물 변별 능력,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사건 담당 검사는 장성환이 160m가량 도주하는 과정에서도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만취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그가 범행 직후부터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과 달리 범행 직전 상황인 아버지와 4차까지 술을 마시고 귀가 후 목이 말라 집 근처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 먹고 담배를 피우고 사건 현장으로 간 점을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을 지적하며 사리 분별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저지른 범행이 아니라고 봤다.
검사는 "만 18세 신입생 A 양은 자기 뜻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생명을 잃었고 가해자는 피해자의 명복을 빌거나 유족들에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같은 해 10월 27일 "피고인은 일면식도 없는 여대생을 여러 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고 범행이 잔혹하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2014년 11월 21일 울산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징역 25년, 전자발찌 10년을 선고했다. 이듬해 5월 30일 열린 2심에서는 징역 25년 원심이 확정되고 전자발찌 20년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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