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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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 앙금 풀었나… 아르헨·프랑스 정상회담

아르헨 국대 선수들의 ‘프랑스 비하’ 논란
밀레이 측 “우리 두 정상 관계 역대 최상”

아르헨티나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프랑스를 모욕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양국 정상이 만나 오해를 풀었다. 일각에선 이번 논란의 기원이 아르헨티나가 승부차기 끝에 프랑스를 꺾고 우승한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본다.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을 찾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왼쪽)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전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AP, dpa 통신 등에 따르면 파리 올림픽 개막에 맞춰 프랑스를 방문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올림픽 개막식 몇 시간 전에 밀레이 대통령을 엘리제궁으로 초청해 환대했다.

 

회담 후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은 두 정상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8일 실시될 베네수엘라 대선 등을 주제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밀레이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 금융을 추가로 받을 수 있도록 프랑스가 지원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프랑스가 이끄는 유럽연합(EU)과 아르헨티나가 속한 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에 대한 의견 교환도 이뤄졌다고 대통령실은 덧붙였다.

 

두 정상의 만남이 눈길을 끈 건 최근 불거진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프랑스 비하 논란 때문이다. 지난 16일 ‘미주 대륙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코파 아메리카 대회 결승전에서 콜롬비아를 꺾고 우승한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경기 후 버스로 이동하던 중 프랑스 축구를 비하하는 노래를 부른 것이 논란의 발단이다.

 

문제의 노래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아르헨티나 축구팬들이 프랑스 선수들을 조롱하고자 만든 것이다. 유럽 국가인 프랑스 대표팀 선수들이 죄다 흑인이라는 등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다. 프랑스 선수와 축구팬들은 월드컵 당시에도 이 노래에 큰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결승전은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가 킬리언 음바페의 프랑스와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이겨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6일(현지시간) 프랑스를 방문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왼쪽)이 파리 엘리제궁 앞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코파 아메리카 대회에서 벌어진 일에 발끈한 프랑스 축구협회는 아르헨티나 축구협회에 정식으로 항의하고 국제축구연맹(FIFA) 제소 방침도 밝혔다. 그러자 빅토리아 비야루엘 아르헨티나 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프랑스가 과거 아프리카를 점령하고 지배한 역사를 거론하며 프랑스를 ‘식민주의 국가’라고 불렀다. 이어 “우리는 떳떳하다”며 “프랑스의 태도는 위선적”이라고 비난했다.

 

양국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뻔했던 이 논란은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이 진화에 나서며 봉합 수순을 밟았다. 밀레이 대통령의 여동생이기도 한 카리나 밀레이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아르헨티나 주재 프랑스 대사관을 찾아가 대사에게 사과한 것이다.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마크롱 대통령과 밀레이 대통령은 포옹을 나누는 등 친밀한 사이임을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밀레이 대통령에게 “두 나라 관계 회복을 위한 비서실장의 노력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은 회담 후 “아르헨티나·프랑스 양국 정상의 관계가 최상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