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심을 받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야당과 이 후보자 간 신경전이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이 후보자가 카드 내역 중 유일하게 제출을 약속했던 ‘빵집 포인트’ 적립 내역 제출을 번복하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내달 2일 이 후보자를 다시 부르기로 했다.
국회 과방위는 26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방통위 파행 운영 및 방통위원장 후보자 의혹 검증을 위한 현안질의를 위한 증인 출석 요구의 건’을 야당 단독으로 상정 의결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자는 내달 2일 열리는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나설 예정이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빵집 포인트’ 등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이 지속됐다. 청문회 첫날부터 신경전을 이어온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과 이 후보자의 신경전도 극에 달했다.
이 후보자는 과거 대전MBC 사장 시절 대전에 있는 성심당과 서울 나폴레옹제과점 등 유명 빵집에서 법인카드를 수차례 결제해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이 후보자는 지난 25일 “빵을 구매한 사람 포인트를 입력해서 그 기록이 남아 있다”고 주장하며 포인트 적립 내역을 제출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청문회 3일차인 이날 “제가 (포인트를) 받은 사람한테 연락해봤는데 개인정보 차원에서 제출 안 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출하지 못하게 됐다”며 “제 포인트라고 하면 쉽게 제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입장 번복에 야당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아무리 궤변을 늘어놓아도 그렇지 그게 어떻게 개인정보인가, 법인카드로 인해 발생한 포인트가 왜 개인정보인가. 왜 이렇게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냐”며 “캡처본을 주겠다고 했고 국민의힘 간사께서도 캡쳐본을 준다고 이야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증거 인멸 아니냐”고 거들었고, 국민의힘 측은 “청문회가 후보자 괴롭히기가 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공방이 오가는 과정에서 이 후보자가 갑자기 웃음을 보이자 최 위원장은 “어머, 지금 이게 웃을 상황이에요?”라고 말하며 언성을 높였고, 노 의원도 “성격 진짜 이상하다”고 소리쳤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제가 왜 성격이 이상하냐”고 반문하며 충돌이 이어졌다. 고성이 오가자 한 차례 정회가 선포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최 위원장이 이 후보자에 “뇌 구조가 이상하다” 등 강하게 비판을 이어갔고, 이 후보자는 모욕당했다며 즉각 사과를 요구했다. 최 위원장이 거부하자 이 후보자는 “이렇게까지 모욕적인 언사를 들은 것은 처음”이라며 “명예훼손과 모독, 모욕의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다. 위원회 쪽에서 조처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여야는 이번 청문회가 장관급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사흘 동안 진행되는 것을 놓고도 계속 충돌했다. 여야는 마지막까지 이 후보자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 검증 필요성을 두고 공방을 벌이다 결국 오후 10시쯤 산회하고 사흘 간의 인사청문회 일정을 모두 마쳤다.
그러나 야당 측이 내달 2일 과방위 현안질의를 열기로 하고 이 후보자와 방통위 조성은 사무처장, 김영관 기획조정관, 이헌 방송정책국장 등 증인 4명 출석을 요구하면서 이 후보자는 일주일 뒤에 다시 같은 자리에 앉게 됐다. 다만 현안 질의가 열릴 시점에는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됐을 가능성이 있다.
27일에는 이 후보자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 확인을 위해 과방위가 대전 MBC를 방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여기에는 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과 노종면·이정헌·황정아 의원이 참여했다.
현장 검증과 관련해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추가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 후보자에 대해 법인카드 사적 유용에 대한 고발과 함께 청문회 위증에 대한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이 후보자는 방통위원장은 물론 어떤 공직에도 부적합한 인사로,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같은날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차라리 ‘MBC 사장 자리를 포기할 수 없다’ 당당히 선언하라”며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폭주, 폭거가 아무리 거칠어도 방송 정상화를 향한 국민 열망은 꺾지 못할 것”이라고 맞섰다.
현장검증을 두고는 “현장검증을 빙자한 ‘청문 4일차‘이자 공영방송 겁박을 위한 거대 야당의 위력과시용 행보”라며 “현명한 국민은 공영방송을 노조의 전유물이자 놀이터로 만들겠다는 민주당의 의도를 이미 간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