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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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디온의 올림픽 개막 공연에 트뤼도 “자랑스러운 퀘벡 사람”

불어권 의식한 듯 “샤를마뉴에서 와”
희귀병 앓는 디온 재기에 “무척 기뻐”

“샤를마뉴에서 온 자랑스러운 퀘벡 사람(A proud Quebecer)이 개막식 무대에 서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 올림픽 개막식 축하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가수 셀린 디온(56)을 향해 세계 각지에서 찬사가 쏟아지는 가운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자랑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디온은 캐나다 국적으로 프랑스어가 널리 쓰이는 퀘벡주(州)의 소도시 샤를마뉴 출신이다. 샤를마뉴(742∼814)는 오늘날 ‘프랑스’라는 국명의 유래가 된 프랑크 왕국의 군주 이름이기도 한데, 프랑스인들이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위인들 가운데 한 명이다.

캐나다 가수 셀린 디온이 27일 프랑스 파리 올림픽 개막식 축하 공연에서 프랑스 샹송 ‘사랑의 찬가’를 열창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뤼도 총리는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디온은 캐나다의 아이콘이자 놀라운 재능의 소유자”라며 “오늘 밤 그곳(파리)에 있기 위해 많은 것을 극복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디온이 투병 사실을 공개하고 활동을 중단한 점을 지칭한 것이다. 디온은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가는 희소병 ‘전신 근육 강직 인간 증후군’을 앓고 있다.

 

“셀린, 당신이 다시 노래하는 모습을 보니 대단히 기쁘다”고 반긴 트뤼도 총리는 공연이 끝난 뒤에는 해당 동영상을 SNS에 공유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공연을 선사한 셀린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디온이 부른 노래는 프랑스 샹송의 대가 에디프 피아프(1915∼1963)의 ‘사랑의 찬가’였다. 피아프는 운동선수였던 남자친구가 자신을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던 중 사고로 숨지자 비통함을 담아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가사에는 애인을 잃은 절절한 감정이 잘 녹아 있다. ‘푸른 하늘이 우리들 위로 무너진다 해도/ 모든 대지가 허물어진다 해도/ 만약 당신이 나를 사랑해 주신다면/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아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EPA연합뉴스

트뤼도 총리가 디온을 칭찬하며 샤를마뉴, 퀴벡 같은 키워드를 강조한 것은 다분히 캐나다의 국민통합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 캐나다는 과거 영국과 프랑스 세력이 나란히 진출해 식민지 쟁탈전을 벌인 곳으로, 프랑스가 영국과의 전쟁에 패하며 체결된 파리 조약(1763)에 의해 최종적으로 영국에 편입됐다. 그런데 원래 프랑스인들이 많이 거주했던 퀴벡 지역은 여전히 프랑스어를 쓰며 영어권과 구별되는 독자적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

 

그 때문에 캐나다는 영어와 나란히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채택하는 등 다문화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퀘벡 주민들 사이에선 “캐나다에서 분리해 독립국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곤 한다. 퀘벡주의 연방 탈퇴를 놓고 1980년과 1995년 두 차례 주민투표가 실시됐으나 모두 반대 의견이 과반을 차지해 무산됐다. 오늘날에는 연방 탈퇴를 요구하는 여론이 전보다 차츰 줄어드는 모습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