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학교대항전’으로도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기획할 때 학교별로 2명씩 나와서 퀴즈를 푸는 것으로 준비했는데, 그런 것보다 전국의 학생과 교사들이 또래, 또는 같은 직종이 모여 함께 퀴즈를 푸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우리말 겨루기’를 통해 친구, 동료를 알게 된다는 취지죠.”
국내 유일 우리말 퀴즈 프로그램 KBS1 ‘우리말 겨루기’가 21년 역사 처음으로 여름방학 특집(사진)을 다음 달 12일부터 4회에 걸쳐 방송한다. 초·중·고등학생과 교사편으로, 12일에는 초등학생 8명이 2인 1조를 이뤄 우리말 맞히기를 한다. 19일에는 중학생, 26일에는 고등학생, 9월2일에는 교사가 출연한다.
이에 앞서 초등학생편 녹화가 진행된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전국 각지에서 온 8명의 어린이들은 이날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특유의 순수함으로 빠르게 친해져 박지원 아나운서의 진행에 맞춰 우리말을 겨뤘다. 무려 400여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본선에 오른 이들은 성인 못지않게 우리말을 잘 알고 있었으며, 문제 풀이에도 적극적이었다.
심하원 총괄 연출가(CP)는 “50∼60대가 주요 시청자일 것이라 예상해 학생들이 많이 신청하지 않을 줄 알았지만, 응시자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며 “조부모, 부모와 함께 방송을 보는 친구(학생)들이 많았고 또래와 문제를 푼다는 재미에 많이 참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KBS에 따르면 초등학생은 431명, 중학생은 539명, 고등학생은 306명, 교사는 267명이 응시했다. 홍진윤 작가는 “일반인과 우리말 겨루기라면 교사들이 부담스러워 참석하지 않을 텐데, 같은 선생님이라는 점에서 출연 응시를 많이 해줬다”며 “전국 선생님들을 만나 교류한다는 점도 참여 계기가 된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KBS는 이번 특집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상금을 1000만원으로 상향했으며, 문제도 학생들 수준에 맞췄다. 김정균 연출가(PD)는 “학생편에서는 ‘사춘기’ ‘친구’ 등, 교사편에서는 ‘자긍심’ ‘교육’ 등 출연자 특성에 맞는 문제를 준비했다”며 “시청자들도 함께 문제를 풀다 보면 학창 시절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KBS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예심 장면을 편집해 공개할 예정이다. 김 연출가는 “예심 때 학생들의 재기 발랄함, 교사들의 훈훈함 등 서로 교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그런 모습이 방송에 담을 수 없어서 유튜브를 통해 보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말 또 다른 기획도 내놓는다. 이순일 연출가는 “상금 1억원을 걸고 우리말을 겨루는 특집을 준비 중”이라며 “대학 국문과 학생들이 문제를 풀거나 달인들이 토너먼트로 대결하는 기획도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연출가는 “‘우리말 겨루기’는 다양한 기획을 준비 중인데 문제는 협찬”이라며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쌓은 인지도와 역사가 있기 때문에 훌륭한 독지가가 나타날 것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