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은 물의 저항을 뚫고 목표 지점까지 누가 가장 빨리 가는지를 겨루는 경기다. 선수들은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한 최적의 동작을 몸에 익힌다. 심폐 지구력이 좋고 폐활량이 큰 선수가 유리하다. 기능성 수영복을 착용하기도 한다. 마지막 스퍼트 때에는 심장이 터질 듯한 고통을 참아낸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대회를 위한 국제규격 수영장은 길이 50m, 폭 25m다. 수심은 2m 이상이라야 하는데, 대체로 3m 깊이다. 폭이 최소 2.5m인 레인이 8개 있어야 한다.
선수들은 1∼8레인 중에서 가운데 4·5레인을 선호한다. 경기 중 다른 선수들이 일으키는 물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다고 한다. 1·8 레인은 각각 2∼4레인과 5∼7레인 선수들이 일으키는 물살에다가 벽면에 부딪친 물살까지 받아 저항이 더 심할 수밖에 없다.
중앙 레인은 양 옆 선수들의 움직임도 한 눈에 들어온다. 경기 전략대로 자기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경쟁자를 견제하기에 유리하다.
국제수영대회 결선에서 레인 배정 기준은 예선 기록이다. 가장 기록이 좋은 선수가 4번 레인을 차지한다. 이후 순서대로 5-3-6-2-7-1-8 레인에서 경기한다. 예선에서는 개인 최고기록을 기준으로 레인을 배정한다.
2016년 리우 올림픽 수영 경기에서는 5∼8레인이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돈다. 수영장 물의 흐름이 미세하게 시계 반대 반향으로 흘러 1∼4레인 선수들은 물을 거슬러갔다는 것이다. 특히 50m 자유형 결선에 오른 남녀 선수 16명 중 15명이 예선을 4~8레인에서 치렀다고 하니 근거없는 설만은 아닌듯하다.
김우민(23) 선수가 28일 새벽(한국 시각)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린 보이’ 박태환 선수 이후 우리 선수가 올림픽에서 딴 첫 메달이다. 그것도 8레인과 더불어 가장 불리하다는 1레인에서 거둔 쾌거다. 예선에서 기록이 나지 않아 8명이 출전하는 결선에 7위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경기 후 “막판 50m에서는 사지가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고 했다. 얼마나 고통스러운 역영이었을지 짐작할 만하다. 김 선수의 부친은 "우리 아들, 내가 봐도 대견하지만 천재는 아니다"면서 "엄청난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다"라고 말했다.
‘1레인의 기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좋은 목수는 연장 탓 안한다’고 하지 않던가. 땀 흘려 키운 실력에는 그만한 결실이 뒤따르는 법이다. 남은 경기에서 더 높은 시상대에 오르는 모습도 꿈에 그치진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