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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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車 사용설명서 쇼츠로 올렸더니 ‘대박’

기아 유튜브 채널 조회 맛집으로

오너십기술정보팀서 기획·제작
‘전자식 변속 레버’ 쇼츠 조회 290만
고양이 밈 등 사용 “중독성 있네”
“재미보다 정확한 정보가 1순위”

“레버를 앞으로 돌리면 전진. 레버를 뒤로 돌리면 후진. 브레이크를 밟고 현재 변속상태에 따라 앞 또는 뒤로 돌리면 중립.”

유튜브 ‘기아 사용설명서’ 채널에 올라온 쇼츠의 내용 중 한 대목이다. 기아 차량에 장착된 전자식 변속 레버를 직관적으로 설명하면서 익살스러운 인공지능(AI) 음성을 입힌 것이 묘하게 끌린다.

고양이 ‘밈’을 사용한 V2L 설명 쇼츠. 기아 사용설명서 채널 캡처

1일 게시된 이 영상은 28일 현재 290만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의외로 중독성 있어서 무한반복했다”, “광고 여러 개보다 이런 영상 하나가 더 친근하다”는 반응이 댓글로 달렸다.

기아 사용설명서 채널은 지난해 11월 시작됐다. 마케팅 관련 부서가 아닌, 고객이 편리하게 찾아볼 수 있는 차량 자료를 개발하는 오너십기술정보팀(기아 오토랜드광명)에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했다. 기아가 EV6, EV9, EV3 등 신기술 적용 전기차를 잇달아 내놓으며 차량 정보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차주에게 두꺼운 자동차 사용설명서는 차 가까이 두긴 하지만 거의 찾아보지 않는 존재다. 이러한 사용설명서가 영상 콘텐츠로 재탄생하자 반응이 폭발했다. 국문 채널의 경우 구독자 1000명이 되기까지 6개월이 걸렸는데, 이달 들어 약 3주 만에 1만명이 늘었다.

특히 고양이 ‘밈’을 사용한 V2L(전기차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끌어 쓸 수 있는 기술) 설명 쇼츠(64만회), EV9의 후진 시 아웃사이드 미러 자동 하향 기능을 10초 이내로 설명하는 쇼츠(53만회) 등 짧은 시간에 쉽게 정보를 전달하는 영상의 반응이 좋다.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막내사원 김 매니저가 생활 속에서 겪은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20명 가까이 되는 팀 내 집단지성을 결합해 탄생된 영상들이다.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기획부터 제작, 검수까지 3개월 이상 걸린다.

김자경 오너십기술정보팀 매니저는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차종이 늘어나고 차량 신기술이 다양해지면서 ‘하우투’(설명) 비디오가 과거보다 10배 증가했다”며 “별도로 설명만 제공하는 채널이 고객에게 편리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신설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매니저는 “‘기아’를 검색하면 자동차 유튜버들이 상위에 노출되는데, 고객에게 제조사 공식 유튜브의 접근성을 더 좋게 만들자는 의도로 쇼트폼 콘텐츠를 시작했다”며 “그럼에도 누군가를 웃기는 개그채널이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이고, 늘 재미보다는 정확한 정보가 1순위”라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