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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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몰려 숨쉬기 힘들어”…압사 우려에 성수동 공연 중단

한밤 잇단 신고에 소방·경찰 출동

좁은 공간에 수용 인원 넘어서
지자체·주최측 관리 부실 지적

28일 새벽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공연장에서 인파가 과도하게 밀집해 공연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공연 중 일부 관객이 호흡곤란을 호소해 소방이 출동하는 등 소동을 빚었다. 최근 성수역 일대에 인파가 몰리면서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와 주최 측이 인파 관리에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0시40분쯤 성수동 에스팩토리 D동에서 열린 음악 공연 ‘보일러룸 서울 2024’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위험하다는 내용의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됐다. 이 때문에 전날 오후 9시부터 오전 4시까지 진행될 예정이던 공연은 오전 1시쯤 중단됐고, 관객들은 경찰과 소방의 안내에 따라 공연장에서 빠져나갔다. 5명이 호흡곤란 등을 호소해 현장에서 안전 조치를 받고 귀가했다.

2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공연장에 인파가 몰리면서 공연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진은 공연장 내부. X(옛 트위터) 캡처

관객들은 공연장에 수용 가능 인원을 넘어서는 인원이 몰린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연은 연면적 1650㎡(433평)인 에스팩토리 D동 1층과 3층 스테이지로 나누어 진행됐는데,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통제가 불가능한 사태가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나모(24)씨는 “3층 메인 스테이지로 올라가려고 했는데 3층으로 통하는 계단이 (인파로) 막혀서 한동안 오도가도 못했다”며 “1층 역시 사람 열기 때문에 너무 덥고 숨쉬기가 힘들었다. 통제가 되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출연자인 한국 출신 유명 디제이(DJ) 페기 구는 공연 조기중단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그는 전날 일본 후지록 페스티벌에서 공연한 뒤 곧바로 한국으로 날아왔지만, 1시 시작 예정이던 보일러룸 공연을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이날 공연장을 찾았던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기획과 운영 모두 잘못된 행사”라며 “주최 쪽이 수용 인원을 넘어서는 티켓을 판 것이 명백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페기 구를 포함한 라인업만 봐도 이 (좁은) 장소에서 공연을 여는 게 의아했는데, 공연의 피크타임인 자정 이전에 도착한 관객들까지 두세 시간 줄을 설 정도였으니 내부 운영도 크게 잘못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공연의 주최사인 CCA코퍼레이션은 관객들에게 티켓을 전액 환불 조치한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주최자 없는 지역축제와 달리 민간이 주관하는 실내 공연의 경우 구청이 현장 점검을 나가거나 예방 차원에서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며 “정부 차원의 세세한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