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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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北·러 면전서 ‘군사협력’ 규탄…러 외무 따로 만나 “韓, 엄중한 입장”

ARF서 외교고립 드러낸 北·러

‘최선희 대타’ 北대사 존재감 미미
조 장관이 말 걸었지만 일체 무시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공동성명
“北 미사일 우려·대북제재 준수”

한반도 정세에 대한 치열한 외교전이 예상됐던 올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서는 북한과 러시아가 외교적으로 고립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취임 후 처음 대면하며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 항의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관련 일정을 마무리한 27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유은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27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ARF 국제회의장에서 각국 외교 수장들은 자유롭게 인사와 환담을 주고받으며 소통한 반면 북·러 대표는 거의 대화하지 않은 채 자리에만 앉아 있었다. 북한 최선희 외무상 불참으로 대신 온 리영철 주라오스 대사는 일찍 회의장에 입장했지만 회의 자료만 살펴봤다. 회의 시작 직전에서야 옆자리의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짧은 인사를 나눴을 뿐이다.

이날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ARF 등 다자회의장에서 한국(Republic of Korea)은 알파벳 배치로는 러시아(Russia) 옆자리지만 실제로는 싱가포르를 사이에 둔 채 떨어져 앉았다. 조 장관은 EAS와 ARF 회의 사이에 별도로 라브로프 장관과 약식 회동을 갖고, 북·러 군사협력 등에 대한 한국의 엄중한 입장을 직접 전달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러 협력이 한반도에 추가적 안보 위협으로 발전되지 않기 바란다는 우리 측의 메시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27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내셔널컨벤션센터(NCC)에서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중 하나인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직후 열린 약식 회동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조 장관은 이날 ARF 회의에서 북한 추가 도발 가능성을 우려하고 “북·러 간 불법 군사협력이 동북아와 전 세계 평화·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뿐 아니라 ARF를 계기로 열린 아세안+3(한·중·일), EAS 등 모든 다자회의에서 북·러 군사협력 문제를 거론했다.

한때 ARF를 국제 외교 확장 무대로 삼았던 북한은 이번에도 급락한 존재감을 회복하지 못했다. 대사급이 대표로 참석한 것부터 중요도가 떨어진 데다 다른 국가와 양자회담도 거의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리 대사는 갈라 만찬장과 ARF 회의장에서 마주친 조 장관이 말을 걸었음에도 앞만 보며 무시했고,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앞서 아세안 외교장관회의를 마친 뒤 회원국 장관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에 대해 우려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준수를 촉구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ARF에 올 때 남북관계 상황 등에 따라 적극적으로 임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평양에서 (소통을 하지 말라는) 지령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 적대적 대남 기조 전환 후 한국 측과 접촉을 피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비엔티안=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