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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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군 정보사 대북 요원 정보 유출… 구멍 뚫린 안보 현실

대북 첩보활동 최전선에 있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요원 정보가 외부로 새 나간 것으로 확인돼 군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정보사령부는 국군의 해외 및 대북 군사 정보 수집을 담당하는 첩보부대다. 유출 정보는 수천 건에 달하며, 외교관 등의 신분인 화이트 요원은 물론 신분을 위장해 활동하는 블랙 요원 정보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요원 신상정보 등 다수의 기밀 자료가 북한으로 넘어간 정황까지 군 수사기관이 포착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정보 유출이 알려지면서 국내외 요원들의 활동에 제약이 생겼으며, 일부 해외 요원은 활동을 중지하고 서둘러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분이 노출된 블랙 요원이 첩보활동에 다시 나서기 어렵다는 건 불문가지다. 정보 유출은 약 한 달 전 이뤄졌다는 게 정보사 판단이다. 그사이 활동 중인 요원들이 어떤 위해(危害)를 당하지나 않았을지 염려도 된다. 2018년 정보사 공작팀장이 각종 기밀을 중국과 일본 등에 팔아넘기다가 적발된 흑역사를 떠올리게 된다. 정보사의 대북 첩보 활동에 타격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군 당국은 정보사에서 군무원으로 근무하는 A씨를 수사선상에 올려놨다고 한다. 외부 해킹이 불가능한 정보사 내부 컴퓨터에서 보안자료가 A씨의 개인 노트북으로 빠져 나갔음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A씨는 노트북이 해킹됐다고 주장하지만 기밀 정보가 개인 노트북에 저장된 것 자체를 어떻게 설명할 텐가. 일각에서는 북한에 포섭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보기관 체계 붕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명확한 사건 경위와 피해 규모 등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에는 불법 로비스트 활동 혐의로 미국 연방검찰이 한국계 북한 전문가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을 기소해 파장이 일었다. 사건 공소장 내용을 보면 우리 국가정보원 요원들의 활동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은밀성을 생명으로 하는 정보수집 활동을 고려할 때 과연 정보요원이 맞나 싶을 정도로 허술했다.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련의 상황들을 두고 ‘정보 참사’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보사의 경우 최근 북·러 밀착 등으로 더욱 내밀한 첩보활동을 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정보사 활동이 세상사람 입길에 올라선 안 될 일이다. 군 당국은 더 이상의 방첩 역량 훼손이 없도록 총체적 점검을 벌이고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