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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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日 ‘과거사 반성’ 후속조치 이행해야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서 조선인 노동 설명 보는 방문객 (사도[일본]=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사도 광산 인근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이 28일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물이 있는 새로운 전시 공간을 공개했다. 작은 전시실에 노동자 모집·알선에 조선총독부가 관여했음을 설명하는 패널 등이 설치됐다. 사진은 방문객이 조선인 노동 관련 전시를 보는 모습. 2024.7.28 psh59@yna.co.kr/2024-07-28 14:43:11/ <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일본 사도광산이 어제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 회원국 전원동의 방식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2022년 일본 정부가 첫 등재신청을 한 이후 2년여 만이다. 니가타현에 자리한 사도광산은 16세기에 금맥이 발견된 대규모 금광으로, 일제 강점기 때 1500여명의 조선인이 끌려가 구리·아연·철 등의 전쟁물자를 확보하기 위해 혹독한 강제노역에 시달린 곳이다. 우리에겐 2015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군함도(하시마)와 마찬가지로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아픔이 서려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는 일본이 “(한·일 노동자의)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요구에 호응하면서 이뤄졌다. 일본은 그간 세계유산 등재 신청 때 사도광산 대상기간을 16∼19세기로 한정했다. 조선인들이 강제노역을 했다는 역사적 사실도 쏙 뺐다. 또 당시 상황을 정확히 알릴 수 있는 전시실 운영 등 후속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으면서도 이행하지 않았다. 어두운 과거사를 전면 부정하고 싶어서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번에는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다양한 조치를 약속했다. 사도광산 2㎞ 근처에 설치된 광산 노동자의 생활이라는 이름의 향토박물관(전시실)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조선인 및 사도광산 노동자의 가혹한 노동조건을 설명하려는 취지라고 한다. 사도광산 노동자들을 위한 추도식을 갖겠다는 것도 의미가 작지 않다. 윤석열정부 들어 달라진 한·일 관계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이미 이행했거나 이행할 조치들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의미있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향토박물관 전시물에 강제노역 부분과 관련한 표현이 없는 것은 아쉽다. 벌써부터 일본 내에서 흘러나오는 “한·일 간에 향후 강제노역 문구를 쓰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일방적인 주장도 어이가 없다.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노역의 증거자료는 ‘사도 아이카와의 역사’ 등 일본 사료에만도 한둘이 아니다.

과거사를 망각하고 억지로 지우려 해선 미래를 열 수가 없다. 일본 정부는 군함도의 세계유산 확정 당시 “피해당사국 강제노역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해놓고선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번엔 약속한 조치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일 관계는 물론 일본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눈도 달라질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일본을 더 강하게 압박하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