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수단이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의 나빴던 기억을 대회 첫날부터 풍성한 메달 소식으로 지우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한국은 파리 올림픽 메달 레이스 첫날인 27일(현지시간)부터 금메달 사냥에 성공했다. 은메달과 동메달도 1개씩 추가해 당초 금메달 5개 이상, 종합 순위 15위권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한국에 첫 금빛 낭보는 펜싱 ‘간판’ 오상욱(28·대전시청)이 전했다. 오상욱은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를 15-11로 물리치고 금빛 찌르기에 성공했다. 오상욱은 이로써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올림픽까지 제패해 한국 펜싱 사상 최초로 ‘개인전 그랜드슬램’ 위업을 달성했다. 또한 한국 펜싱은 5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수확해 ‘효자 종목’으로 등극했다.
이에 앞서 박하준(24·KT)·금지현(24·경기도청)은 샤토루의 사격장에서 열린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에서 값진 은메달로 한국에 첫 메달을 선사했다. 박하준·금지현은 중국 성리하오·황위팅과 결승에서 12-16으로 석패했지만, 애초 메달권 밖이라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기염을 토했다.
수영도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중장거리 간판’ 김우민(23·강원도청)은 파리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경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선에서 3분42초50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며 ‘마린 보이’ 박태환에 이어 한국 수영 역사상 두 번째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족적을 남겼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종합 순위 16위(금메달 6개·은메달 4개·동메달 10개)로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썼던 한국은 이번 대회에도 부진이 예상됐다. 하지만 대회 첫날부터 ‘반전쇼’를 선보여 목표를 상향 조정할 전망이다.
선수들이 기쁜 소식을 전했지만, 앞서 열린 개회식에선 한국 선수단을 ‘북한’으로 소개하는 황당 실수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참가국 중 48번째로 선상 행진한 한국 선수단을 장내 아나운서가 북한의 프랑스어와 영어 국가명으로 호명한 것이다. 한국 측의 항의가 이어지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 발생했다.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윤 대통령도 “대한민국은 하계, 동계 올림픽을 개최한 나라로서 국민이 이번 일에 많이 놀라고 당혹스러웠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깊은 우려를 표했다.
IOC도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서 “이 문제는 인적 오류로 확인됐으며, IOC는 이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IOC는 바흐 위원장 명의로 문화체육관광부에 사과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파리 올림픽조직위원회도 한국에 공식 사과 전문을 보내기로 하는 등 프랑스 측도 사과의 뜻을 밝혔다.
비가 쏟아지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은 호명 실수뿐 아니라 오륜기를 거꾸로 게양하는 등 해프닝이 이어졌다. 또한 대회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 첫 금메달리스트 오상욱을 ‘Oh Sangku(오상구)’로 잘못 기재하기도 했다. 여기에 선수단 이동 버스에 창문 개방을 막아 놓고 에어컨을 틀지 않는 ‘찜통 버스’로 쓰러지는 선수가 발생하고, 선수촌 음식이 부실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등 초반부터 대회 운영에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