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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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막이 낫지”… 신정호에 조형물 기부채납 ‘논란’

민간기업 12점 기부채납 추진
“아산시가 제안”… 사실상 강권
“공익 차원 시설물 확충 바람직”

충남 아산시가 신정호 일원에 24억원 상당의 조형물 설치를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다. 도시개발사업 사업자에게 사업지와 연관이 없는 곳에 기부채납을 강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아산시에 따르면 아산시에서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H사는 이달 시에 기부채납 신청서를 제출했다. 사업 수익의 지역사회 공헌 차원에서 지방정원 조성사업이 진행 중인 신정호에 조형물을 기부채납하겠다는 내용이다. H사는 연말까지 신정호 지방정원 일원에 30억원가량의 조형물 23점을 설치해 시에 기부할 계획이다.

아산시는 탕정면 동산리 일원에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아산 신도시센트럴시티’ A3BL(1638세대), A2BL(1238세대), AIBL(797세대) 등 3673세대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 고시했다.

H사 관계자는 “공원 개발을 계속하는 신정호에 작품을 제시하면 어떻겠냐는 (시의) 제안이 있어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강권에 의해 ‘억지춘향’ 격으로 해당 도시개발사업과 연관이 없는 곳에 기부채납을 떠맡은 셈이다.

H사가 기부채납 의사를 밝혀오자 아산시는 이달 16일 외부전문가 4명과 공무원들이 참석해 ‘신정호 지방정원 조형물 설치를 위한 조각품 선정 회의’를 가졌다. 회의에서는 지방정원 콘셉트에 맞는 24억원 상당의 조형물 12점을 선정했다. 아산시는 박경귀 시장의 공약인 ‘신정호 아트밸리 조성사업’의 이행 일환으로 2022년부터 방축동 신정호 일원에 255억원을 들여 지방정원을 꾸미고 있다.

시의회에서는 이 같은 기부채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아산시의회 문화복지위 김미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조형물은 나중에 흉물로 방치될 수도 있다”며 “개발사의 수익 환원과 지역 공헌 차원이라면 조형물보다는 버스 정류장 그늘막이나 폐쇄회로(CC)TV 등 시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시설물 확충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산=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