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추락사고를 당해 재활 치료차 입원했다가 코로나19에 걸려 숨진 경우를 업무상 재해로 단정할 순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지난 5월24일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6월께 한 공사 현장에서 작업하던 중 추락사고를 당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고 이듬해 10월까지 요양했다. 그는 신경계통의 기능 또는 정신 기능에 뚜렷한 장해가 남았다는 판단을 받았다.
A씨는 정식 요양 기간 이후 재활 치료차 입원했다가 2022년 1월 코로나19에 걸려 같은 해 3월 숨졌다. A씨 유족은 사망 역시 업무상 재해라며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공단은 “A씨는 요양이 끝나고 임의로 진료받던 중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만큼 업무 중 입은 상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며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 가족은 불복 소송을 내 “업무 중 당한 상해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져 부득이하게 입원한 상황에서 코로나19에 걸렸고, 척수손상 환자는 면역력 저하로 코로나19 감염 확률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는 업무상 상해를 치료하기 위한 요양이 끝나고 2년 3개월이 지나 후유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내원했다가 코로나19에 걸렸다”며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추락사고에 따른 상해를 직접 치료하기 위해 입원했던 게 아닌 이상 병원에서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사실 만으로는 상해와 사망 간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망인(A씨)은 2019년 10월 요양 종결 후 장해를 판정받았는 바 이 무렵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망인은 요양 종결 시점으로부터 약 2년 3개월이 지난 후 병원에 내원했으며, 공단에 입원 치료 사실을 통지하거나 입원을 승인받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망인은 후유증상 치료를 위해 병원에 내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나아가 “산재 질병이 망인의 면역력 약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병원에 입원 중인 상태에서 집단 감염 위험에 노출되어 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망인의 면역력 약화가 코로나19의 감염 또는 악화에 다소 영향을 미쳤더라도 인과성을 인정할 정도라고 보기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