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최경주(54·SK텔레콤)는 ‘한국 남자골프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 최초 우승과 최다 우승(8승) 기록을 세웠고 시니어투어인 PGA 투어 챔피언스에서도 한국 선수 첫 우승을 달성했다.
최경주가 이번에는 시니어투어 메이저 대회까지 집어 삼키며 한국 골프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최경주는 29일 영국 스코틀랜드 커누스티의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파72)에서 열린 더 시니어 오픈(총상금 285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우승했다. 더 시니어 오픈은 미국과 유럽의 시니어 투어인 PGA 투어 챔피언스와 레전즈 투어의 메이저대회다.
최경주는 이 대회 우승으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미국과 유럽 양쪽 시니어 투어 메이저를 제패했다. 최경주는 PGA 투어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제패하고 마스터스에서도 3위에 올랐지만 끝내 메이저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마침내 시니어 무대에서 메이저 챔프의 꿈을 이뤘다. 최경주는 “한국 선수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건 역사적인 일”이라며 “자랑스럽다. 내 꿈이 이뤄졌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최경주는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PGA 투어 메이저 디 오픈에 1999년, 2007년 출전했으며 2007년에는 공동 8위에 올랐다. 아시아 선수의 더 시니어 오픈 우승은 2002년 스가이 노보루(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최경주는 우승상금 44만7800달러(약 6억2000만원)와 내년 디 오픈 출전권을 챙겼고 미국과 유럽 양쪽 시니어투어에서 당분간 안정적으로 뛸 든든한 발판을 마련했다. 2020년 시니어 무대에 뛰어든 최경주는 2021년 퓨어 인슈어런스 오픈 우승에 이어 3년 만에 2승 고지에 올랐다. 앞서 최경주는 54세 생일날이던 지난 5월 19일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내 K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타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최경주는 초반이 불안하게 출발했다. 1번 홀(파4) 보기에 이어 5~6번 홀에서도 1타씩을 잃었다. 6번 홀에서는 페널티 구역에 볼을 빠트렸다. 최경주가 흔들리는 사이 한타차 2위로 출발한 리처드 그린(호주)이 파 행진을 벌이며 선두로 올라섰고 최경주는 3위까지 밀려났다. 하지만 최경주는 9~10번 홀 연속 버디로 다시 공동 선두로 복귀했고 다시 12~13번 홀에서 신들린 연속 버디쇼를 펼치며 순식간에 3타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났다. 최경주는 이어 14번 홀(파5)에서 10m 거리의 짜릿한 이글 퍼트를 집어넣어 승부를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