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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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경험 살려 탈출장치 발명… 생명 지킬 때 큰 보람” [나는 소방관이다]

안상구 파주소방서 소방교

‘펌프차구조대’서 화재 진압·구조
오송 참사 보며 할 수 있는 일 고민
차량용 자력 탈출 손잡이 등 발명
“재난 대응 안전 전문가 되고 싶어”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뉴스를 보고 그날 밤 안타까움에 잠을 못 잤어요. 이런 참사를 막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차량용 자력 탈출 손잡이’를 발명하게 됐죠.”

 

지난해 7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4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집중 호우로 인근 미호강물이 범람해 순식간에 지하차도로 들이쳐 참사가 발생했다. 이 소식을 접하고 파주소방서 안상구(36) 소방교의 머릿속엔 ‘시민들이 조금만 더 신속하게 탈출했다면, 만약 차량 내 탈출 장치가 있었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안상구 소방교가 경기 파주소방서 탄현119안전센터에서 ‘차량용 자력 탈출 손잡이’ 도면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파주소방서 제공

안 소방교는 28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교통사고와 침수 등 사고가 발생하면 구조 대상자가 탈출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자력 탈출 여부에 따라 구조 장비와 방법, 인력 투입 등 모든 게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 소방교는 최일선에서 시민을 구조했던 경험을 되짚으며 차량용 자력 탈출 손잡이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는 차량 천장에 설치된 손잡이가 유사시 분리돼 유리를 깨고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설계된 장치다. 손잡이 내부에 스프링과 쇠구슬이 탑재돼 적은 힘으로도 유리를 깨고 나올 수 있고, 안전벨트를 절단할 수 있는 칼날도 함께 들어있다. 안 소방교는 시중에 출시된 차량용 비상 탈출 도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두 달 만에 연구·설계를 거쳐 특허출원까지 진행했다. 차량용 자력 탈출 손잡이 발명 이후에도 안 소방교는 ‘비보호 우회전 교통사고 방지 바리케이드’, ‘딜레마존(황색등 교통사고) 없애는 신호등’ 등 재난 예방 안전 아이디어를 대통령실 국민제안에 건의했다.

 

안 소방교는 “일반 시민이었을 때와 다르게 소방공무원으로서 현장에서 보는 시각이 있다 보니 국민 안전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계속 고민하게 된다”며 “앞으로도 이런 아이디어를 계속 정부에 건의하고 실제로 발명도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근까지 파주소방서 화재예방과에서 근무하던 안 소방교는 얼마 전 다시 현장으로 향했다. 그는 탄현119안전센터 ‘펌프차구조대’에서 화재 진압과 시민 구조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펌프차구조대는 소방차량에 구조장비를 싣고, 구조자격을 갖춘 구조대원을 배치해 소방서로부터 원거리 지역에서 구조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안 소방교는 “화재예방과에서 재난을 미리 예방하는 업무도 보람찼지만, 제 손으로 직접 인명을 구조하는 일이 저한테는 더 잘 맞는 것 같아 현장으로 다시 오게 됐다”며 웃어 보였다.

안상구 소방교가 파주소방서 탄현119안전센터 험지펌프차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파주소방서 제공

하루하루 바쁜 업무 중에도 안 소방교는 최근 사이버대학교에 편입해 안전공학을 공부하고 있다.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점점 많아지고 진화함에 따라 소방공무원으로서 자기 개발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안 소방교는 “소방공무원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면서도 시민 안전을 위한 공부는 물론, 발명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미래에 다가올 재난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안전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안 소방교는 멋쩍은 듯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소방공무원은 시민을 돕는 사회복지사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소방공무원 모두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며 도전하고 있으니 저희를 믿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파주=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